준법제도·수동적 뇌물공여 참작 되나…집행유예 선고 관심
선처 국민청원 18일 기준 6만972명 동의…“경영전념 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년여에 걸친 재판 끝에 18일 파기환송심 최종 선고를 받는다. 실형 여부가 삼성의 사법리스크 해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내부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오후 2시 5분 서관 3층 제312호 중법정에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대법원이 2심 판결(징역 2년6개월·집행유예 4년)에 대해 다시 살펴보라며 파기환송을 한 만큼 이번 선고 공판의 핵심은 유·무죄 여부보다는 양형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과 뇌물의 수동적 공여가 양형에 참작될지 여부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는 첫 공판기일에서 기업 총수의 비리 행위도 감시할 수 있는 철저한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삼성은 지난 2월 준법경영 체제 확립을 위해 준법위를 구성하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관계사와 협약을 맺고 준법경영 감시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준법위는 출범 1년도 채 안돼 삼성 주요 계열사들의 준법 경영을 강화하는 토대를 마련했고 노사문제, 경영권 승계, 시민사회 소통 등에 있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끌어 냈다. 오는 26일에는 준법위원들과 7개 관계사 최고경영진과의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양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그간 공판에서 대통령의 직권남용에 의한 수동적 공여였던 만큼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여론 역시 뇌물 공여가 수동적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이 많다. 살아있는 권력의 강요에 의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1일 올라온 청와대 청원에서도 글쓴이는 뇌물 공여에 대해 “자발적이 아니라 권력의 요청에 응했을 뿐으로 수동적인 면이 강하다”며 “이세상 그 어떤 기업인이더라도 그 상황에서 권력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었기에 이해되는 부분이 많고 안타깝고 측은함이 많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글은 18일 오전 기준 6만972명 이상이 동의했다.
만약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이 선고될 경우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사법리스크는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전 산업계가 디지털 전환 등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규모 투자와 합병 등에 총수의 역할이 지대한 점을 감안한다면 삼성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라 볼 수 있다.
삼성은 사법리스크로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의사결정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다. 덕분에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삼성의 대형 M&A는 지난 2017년 하만 이후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주력 사업인 반도체의 경우 경쟁사들이 활발한 인수합병(M&A)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총수의 부재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천명한 이후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인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가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사법리스크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준법제도 강화와 뇌물의 수동적 공여 등 참작할 여지가 많은 만큼 이 부회장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