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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평화적 통일' 구상 구체화했나


입력 2021.01.19 14:33 수정 2021.01.19 14:34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北, 중앙군사위 정족수 개정

"일종의 '컨틴전시 플랜'으로 소집 가능"

지난 14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이 진행되는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자력갱생 노선을 재확인한 가운데 조직 개편 및 운용 방식 수정 등을 통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이 한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성격을 띠는 신설기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데다 사업총화보고(결산보고) 등을 통해 '공세적 외교'를 시사한 만큼, 컨틴전시 플랜을 바탕으로 통일전략을 수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4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북한 8차 당대회 평가 및 전망'을 주제로 진행한 웨비나에서 북한이 총화보고를 통해 "중앙군사위원회 정족수를 없앴다"며 "중앙군사위를 일종의 '컨틴전시 플랜'으로 소집할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업총화 보고에서 "중앙군사위원회 임무를 규제한 29조에 토의문제의 성격에 따라 회의성립 비율에 관계없이 필요한 성원들만 참가시키고 소집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충했다고 전한 바 있다.


매체들은 해당 개정 사항을 계기로 "긴박하게 제기되는 군사적 문제 토의의 신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실천적 담보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중앙군사위 개최 요건을 완화해 긴급 현안 대응력을 제고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총화보고 일련의 흐름을 감안하면 북한의 대응력 제고가 '통일전략'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총화보고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 불안정'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등을 포함한 본토 교전 능력을 강조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총화보고 내용에 언급된 '선제 핵공격 불사용' 부분에서 "'사용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남용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사용됐다"는 점도 석연찮은 대목으로 꼽았다.


지난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비평화적 통일'을 언급했던 북한이 이번 당대회에서 이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컨틴전시 플랜 중심의 통일전략을 수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총화보고에서 "우리의 국가방위력이 적대 세력들의 위협을 영토 밖에서 선제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선 것만큼 앞으로 조선반도의 정세격화는 곧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 핵공격과 관련해선 "우리 공화국이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를 겨냥하여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금 확언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김 위원장이 총화보고를 통해 "비평화적 (통일)방법을 굉장히 많이 강조한 듯하다"며 "북한이 상당 부분 컨틴전시 플랜 속에서 통일문제를 제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된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다만 이 교수는 북한이 통일전략에 있어 "비평화적 방법과 평화적 방법을 모두 제시했다"며 △조건부 대남정책 △김영철·리선권으로 대표되는 '외교라인' 생존 등이 '평화적 통일전략'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조건부 대남정책이란 북측이 첨단군사장비 반입, 한미연합훈련 등에 강한 불만을 표하며 문재인 정부의 행동 여하에 따라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힌 것을 뜻한다.


이 교수는 "북한이 조건부 대남정책을 제시한 건 어떤 의미에서 긍정적 가능성(평화적 방법)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비평화적 방법을 구체화한 것 같은 부분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리적 접근보다는 적극적 대북 관여 정책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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