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초기, 국가적 재난에 정치적 이익 작용
전국민 재난지원금 뿌리며 21대 총선 압승
윤석열 상대로 '보복' 시작…중심엔 추미애
'안하무인 행태와 코로나 창궐'에 폭발한 민심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 추미애로 끝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초기 국가적 재난 시 정권에 힘을 모아주는 경향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로 민심 이반을 불러왔고, 결국 정권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실제 코로나 위기는 문재인 정부에 호재로 작용했다.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집권 3년차 국민의 냉혹한 평가를 피해갈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빅브라더'를 바라는 전 지구적 현상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유럽·미국·일본 등과 비교우위에 있던 방역 성적을 ‘K방역’으로 명명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효과는 21대 총선에 그대로 반영됐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데 성공한다. 1987년 이후 한 정당이 총선에서 180석 이상을 점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도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압도적 승리는 집권세력의 오만으로 이어졌고 그 중심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있었다. "검언유착의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윤석열 총장을 배제시킨 것이 시작이었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헌정사상 단 한 차례 사용됐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남용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권력을 수사한 윤 총장에 대한 보복이었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SNS를 통해 지지자들의 꽃다발과 선물 사진을 게재하며 노골적인 승리선언과 자축도 했다. 검찰을 향해서는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적정한지 여부에 대해 일부 다른 의견을 알고 있다"면서도 "구성원 상호 간 잘잘못을 논하거나 편가르기식 논쟁을 이어가는 것은 공정한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성도 보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도 윤 총장 때리기가 계속됐다. 윤 총장이 검사들의 비위와 야당 정치인 연루는 감추고 의도적으로 여당 인사만을 수사한다는 것이었다. 서울 남부지검장이 사직서를 던지며 "사실이 아니다"고 외쳤지만 철저히 무시했다. 엄격하게 행사해야할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당연하다는 듯이 남발됐다. 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국회 법사위에서 운을 띄우면, 추 장관이 받아 윤 총장을 공격하는 식이었다.
국정감사를 계기로 윤 총장이 목소리를 내자 찍어누르기는 더욱 심화됐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24일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와 징계위원회 소집을 전격적으로 강행한다. 검찰 전체가 들고 일어나는 항명사태가 발생했고, 법무부 감찰위원회도 감찰과 징계가 ‘부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추미애 라인'으로 구성된 징계위가 결국 소집됐고,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추 장관의 폭주에 제동을 건 것은 법원이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징계사유 대부분에 대해 "위법성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징계절차도 "무효"라며 윤 총장의 직무복귀를 결정했다. 윤 총장을 상대로 추 장관이 벌였던 1년 간의 보복전을 법원이 '위법'이라고 요약한 셈이다.
결정타를 날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였다. 법무부 관할 서울 동부구치소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추 장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 것. 방역을 위해 국민에게 고통을 인내하라던 정부가 정작 윤 총장 찍어내기를 하다가 방역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민심이 폭발하며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식 사죄를 표명했고, 뻣뻣하던 추 장관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1년 가까이 지속된 추윤갈등을 뒤에서 바라봤던 문재인 대통령은 추 장관을 사실상 경질하고 박범계 의원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한 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