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2024년까지 47% 증가 전망
공급과잉 및 마진 하락 우려…"수출 판로 다변화해야"
정유·석유화학업계가 나프타 분해설비(NCC) 신·증설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석화사들은 규모의 경제, 정유사들은 수익 다각화 차원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24년까지 에틸렌 생산량이 50% 가량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토탈, 여천NCC 등 국내 주요 NCC업체들은 지난 수 년간 투자한 NCC 증설을 마치고 올해 상업생산에 돌입한다.
NCC는 원유를 정제해 만든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하는 설비로, 에틸렌과 같이 합성섬유나 합성수지를 만드는 기초원료를 생산한다. 이들은 범용제품인 만큼 기술장벽이 낮아 한국·중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공격적으로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
여천NCC는 2019년 3월부터 7400억원을 투입, NCC 및 BD(부타디엔) 설비 증설을 최근 완료했다. 이번주 내로 시운전을 마치고 상업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으로, 에틸렌 생산량은 연간 기준 기존 195만t에서 230만t으로 부타디엔은 24만t에서 37만t으로 각각 늘어난다.
한화토탈도 올해 상반기까지 NCC 증설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18년부터 1470억원을 투입했다. 상업생산이 시작되면 에틸렌 생산량은 연간 기준 140만t에서 155만t으로 증대된다.
LG화학은 여수공장 NCC 가동 정상화와 더불어 설비 증설에도 나선다. 먼저 지난해 화재로 가동을 중단한 여수공장 NCC를 이달 안으로 재가동한 뒤 연말까지 80만t 규모의 생산능력 확충에 나선다. 완공 시 여수공장 NCC 생산능력은 200만t 규모로 늘어난다.
지난해 대산공장 화재로 NCC 가동을 중단했던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말부터 정상 가동을 시작했다. 대산공장의 NCC 생산능력은 에틸렌 기준 연간 110만t 규모다.
이처럼 석화업계가 공격적으로 NCC 증설에 나서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고정비가 큰 산업에서는 규모를 확대해 원가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석화업계 뿐 아니라 정유업계도 수익 다변화 차원에서 잇따라 NCC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예정된 정유사들의 증설 규모는 305만t으로 같은 시기 석화업체들의 증설 규모(148만4000t)를 크게 웃돈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원유 정제부산물을 활용해 석유화학제품 생산성을 높이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올해 상반기 완공 시 에틸렌 75만t, 프로필렌 40만t, PE(폴리에틸렌) 85만t, PP(폴리프로필렌) 50만t, BD 15만t의 생산능력을 확충하게 된다.
GS칼텍스 역시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틸렌 5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생산시설(MFC)을 건설중이다. 투자금액은 2조7000억원이다. 에쓰오일도 온산공장에 약 5조원을 투입해 연간 150만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짓겠다고 밝혔다.
주요 정유사들은 그동안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화학회사들에 판매해왔으나 이제 직접 정유사가 나프타를 활용해 에틸렌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유·석화업계가 잇따라 NCC 신증설에 나서면서 국내 에틸렌 생산규모는 2020년 961만6000t에서 올해 1255만t으로 늘어난다. 에쓰오일이 설비 확충을 완료하는 2024년엔 1415만t으로 47.2%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설비 확대 추세는 국내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진행중이어서, 글로벌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된다.
정홍석 KDB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석유화학산업의 위협요인 및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대규모 증설로 인해 기초유분은 공급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에틸렌은 2019~2024년 동안 증설 규모가 5900만t으로 확대되나 수요 증가는 3800만t에 불과해 설비 가동률은 2019년 90.5%에서 2024년 83.4%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올해 석유화학 산업이 지난해 보다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수요회복 불확실성 및 글로벌 공급과잉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정유·화학업체들이 이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작년 이후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신증설이 예정돼 있어 향후 공급과잉이 더욱 확대될 우려가 있으며 특히 중국의 자급률 제고에 따른 수입 수요 감소는 한국 석유화학 업계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출 의존도가 큰 중국 이외에 신규 수출 시장을 확보해야 하며 강화되는 환경규제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