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매도 금지 재연장 압박…총리까지 "연장해야"
4월 보궐선거 후 대형주부터 풀어주는 방안 유력 검토
금융위원회가 오는 3월 15일 공매도 금지 종료를 앞두고 좀처럼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혼란 가중되고 있다. 그사이 4.7보궐선거를 앞둔 여당이 끼어들어 정책결정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3~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조만간 금융위원회에 공매도 제도 개선 계획안을 제출 받은 뒤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 결정권을 쥔 금융위를 '패싱'하고 여당에서 공매도 재개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공매도가 보궐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민주당에서는 재개 시점을 3월에서 6월로 늦추고 일부 종목만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9일 올해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공매도 관련 사안은 9명으로 구성된 금융위 회의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선언했지만, 정책 결정권은 정치권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절차적으로는 공매도 금지 관련 사항은 금융위 의결 사항이다. 은성수 위원장과 도규상 부위원장, 최훈 상임위원, 심영 비상임위원 등 4명의 당연직 위원을 포함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가 금융위 전원회의에서 결정하게 된다.
다만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공매도 논의에 개입하고 있어 금융위 전원회의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당청'에서 공매도 재개여부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금융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9월에도 6개월간 시행한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려는 쪽에 무게를 뒀지만,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700만 동학개미 표심을 등에 업은 정치권에 휘둘리는 형국이다.
금융권에선 정치가 무리하게 끼어들면서 정책 예측성을 떨어뜨려 시장에 혼란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정사령탑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제도개선이 선행되지 않고서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매도 금지 연장론에 힘을 실었다.
최근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금 상황에서 공매도 재개는 자본시장에 독"이라고도 했다. 공매도 재개 여부가 선거 이슈로 부상하면 금융위의 정책결정 역할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의 정무적 판단이 아쉽다"면서 "뜨거운 사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끼어들 여지를 줬기 때문이다. 좀 더 확실하게 정책 기조를 세우고 여론을 잡았으면 이렇게까지 패싱당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