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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의 생존③] 종이 ‘컨셉진’·웹 ‘디에디트’…MZ 세대가 선택한 잡지


입력 2021.01.26 06:01 수정 2021.01.27 09:4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컨셉진' 따뜻한 일상을 위한 라이프 잡지

김경희 편집장 "스타일리시한 '좋은 생각' 지향"

'디에디트' IT 기자 하경화·이혜민 대표 의기투합

감각적인 글·사진·영상으로, MZ 세대 취향저격…유튜브 28만 구독자 보유

ⓒ컨셉진

2012년 8월 8일 창간한 '컨셉진'은 지루한 일상에 영감을 주기 위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이다. 생활공간을 조금 더 가치있게 채워나가며 따뜻한 일상을 선물하기 위한 기획으로 만들어졌다.


김재진 대표와 김경희 편집장은 '컨셉진'을 만들기 전, 각자 축구 기자와 패션에디터의 꿈을 품고 있었다. 김경희 편집장은 대학생 때부터 잡지 어시스트를 하거나 학생들이 만든 잡지를 참관하는 등, 잡지 에디터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졸업을 앞두고 연예뉴스 오프라인 잡지에 입사했지만 방향성이 맞지 않아 퇴사, 이후 엘르걸에서 다시 한 번 패션 에디터의 꿈을 펼치려 했으나 자신이 생각해왔던 그림과 괴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친구인 김재진 대표 역시 박지성의 축구가 아닌, 박지성의 여자친구를 써야하는 기존 축구 매체에 염증을 느끼고 1인 매체를 준비 중이었다. 두 사람은 상의 끝에 일상과 가까이 있는 따뜻한 잡지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컨셉진'이다.


김경희 편집장은 "기존 잡지들을 보면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했었다. 예쁘고 사고 싶은데 잡지에서 소개하는 건 비싸거나 당장 할 수 없는 걸 추천해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졌다. 예쁘다고 느끼면 살 수 있고,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는 잡지를 만들어 공감과 위로를 주고 싶었다. 우리 기준에 따뜻한 잡지는 '좋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스타일리시한 '좋은생각'을 만들자고 출발했다"고 '컨셉진'의 탄생과정을 밝혔다.


'컨셉진'은 1호부터 30호까지 광고 없이 콘텐츠를 소개에 매진했다. 판매가 되지 않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 폐간을 결정하기도 했다. 김 편집장은 "수익은 되지 않았지만, 독자들이 좋아해주셔서 ‘이 길이 맞다’란 확신을 가지고 버텼다. 30호가 세상에 나왔을 때쯤 이니스프리에서 첫 광고 제안이 왔다. 이후 입소문이 나 다양한 곳에서 외주가 들어왔다. 사실 이니스프리 광고가 들어오기 전, 폐간을 하려고 마음 먹은 상태였다. 제안을 받기 전까지 대출도 받고 지인의 도움을 빌리며 겨우겨우 운영하고 있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다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컨셉진'이 매월 주제를 정할 때 기준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주제가 독자의 삶으로 투영됐을 때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느냐다. 두 번째는 용이한 접근가능성, 세 번째는 '컨셉진' 팀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 수 있는 콘텐츠여야 한다. 김 편집장은 "관심이 가는 주제일 순 있지만 그게 독자의 삶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제외된다. 또 접근이 쉬어야 하는 이유는, 일상을 주제로 하는데 독자들에게 어려운 걸 제안하면 실천이 힘들어진다. 절대 다루지 않는 주제는 바로 서핑이다. 서핑을 제안했을 때 모든 사람이 할 수도 없고 거리감도 느껴진다. 또 우리가 관심이 있어야 독자들에게도 잘 전달이 된다. 저나 팀원들이 만들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하게 되면 마음을 쏟지 못한다. 독자는 물론 우리도 설렐 수 있는 단어, 주제를 찾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컨셉진'은 매 호마다 '당신에게 잊혀진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에게 아빠는 어떤 존재인가요?', '당신이 좋아하는 드라마가 있나요?', '당신의 영웅은 누구인가요?', '당신은 마무리를 잘하고 있나요?' 등 질문을 던지는데, 이는 곧 주제가 된다. 이와 관련된 공간, 인물, 음식, 제품 등을 소개하고 인터뷰한다. 또 다음호 주제를 미리 SNS에서 올려 독자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김 편집장은 "정보 하나만으로 세상이 콘텐츠를 이길 수 없다. 정보에 우리의 생각, 경험 등을 담으려 한다. 그게 우리의 경쟁력이다. 한 독자분이 '전문적이지 않아 아쉽다'고 평을 남겨준 적이 있다. 사실 전 그걸 원했다. 세상이 복잡하고 무겁기 때문에 잘난 척하고 싶지 않았고 심각해지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디에디트 이혜민, 하경화 대표

‘컨셉진’이 오프라인에서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저격했다면 온라인에서는 ‘디에디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는 게 재미없다면 사는 재미라도'란 위트 있는 슬로건이 ‘디에디트’의 색깔을 말해준다. ‘디에디트’는 감각적인 사진과 재미와 정보를 담은 글, 여기에 리뷰영상으로 많은 온라인 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디에디트'는 2016년 6월 29일 IT 전문지 기자였던 하경화, 이혜민이 의기투합해 만든 웹매거진이다. 하경화 대표는 '디에디트'는 보통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것들을, 큐레이션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매거진은 각종 SNS, 네이버 TV 캐스트, 네이버 1분, 브런치 등 다양한 플랫폼을 모두 활용하지만 웹사이트와 유튜브가 중심이 된다. 하 대표는 "같은 제품을 가지고 유튜브 영상 콘텐츠와 ‘디에디트’ 웹사이트에 올라가는 텍스트 콘텐츠를 모두 만들 때도 있다. 반대로 텍스트 리뷰로만 만들거나, 영상으로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어떤 포맷에서 가장 매력적일지를 생각해서 결정한다"고 플랫폼을 결정하는 과정을 전했다.


왼쪽부터 롯데제과, 레트로 전자상점 레몬, 아이폰 미니12, 망원동 타운커피바 리뷰에 쓰인 사진ⓒ디에디트

특히 '디에디트'는 퀄리티 높은 사진과 영상 등 비주얼적으로 먼저 시선을 끈다. '디에디트'는 브랜딩과 로망을 담은 매거진이 되기 위해 비주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 대표는 "'디에디트'를 웹으로 보는 매거진처럼 만들고 싶었다. 기존의 제품 리뷰 콘텐츠와 확연히 구분되는 브랜딩을 위해 비주얼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감성적인 사진, 폰트, 메인 컬러, 배너 광고 없이 깔끔한 레이아웃의 웹사이트 등 이런 요소를 통해 세련되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구현하고 싶었다. '디에디트'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아, 거기 때깔 참 좋더라'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컨슈머리포트도 아니고 써보고 좋지 않았던 물건을 신랄하게 평가하거나, 그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사용해봤던 물건 중 정말 좋았던 것만 소개한다. 광고라도 마찬가지다. 좋은 브랜드의 매력적이고 세련된 제품만 소개하려 한다. 독자들이 건조한 일상 속에서 '아, 저런 물건을 사면 일상이 좀 더 즐거워질까?'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로망을 주기 위해서는 아무렇게나 찍은 사진이나 보도자료 이미지를 사용할 순 없다. 제품 촬영을 할 때 컬러나, 배경, 소품 등에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이다. 프로 사진작가의 수준은 아니겠지만 사진의 경우 에디터들이 직접 세팅하고 촬영한 후 콘텐츠 분위기에 맞춰 보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디에디트'는 뉴스레터를 시작했다.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보를 전달하고 누군가에게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텍스트 포맷이 가지고 있는 힘이 주효하다. 이들은 텍스트 기반으로 작성된 기사를 더 많은 구독자가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뉴스레터 포맷을 기획했다.


하 대표는 "2016년에 창업해서 올해로 5년째인데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계속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네이버 메인이나, 카카오 등 대형 포털 사이트를 통해 수 십, 수 만 명이 똑같은 콘텐츠를 소비했다. ‘디에디트’ 역시 초반 성장은 네이버를 통한 유입이 컸다.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로가 흩어져 있다. 소셜 미디어, 유튜브 등 모두가 다른 채널을 본다. 독자를 만나러 가는 길이 더 복잡해졌다는 뜻이기도 한다. 이제 모두 획일화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개인화된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래서 한 차례 유행이 지났던 뉴스레터가 다시금 각광받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생각을 털어놨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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