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빌딩 등 비주택부동산 대출 축소 요구…"금융권 대책 마련할 것"
담보인정비율 축소 및 모니터링 강화 등 관측…"규제 부작용 고려해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금융권과 관계당국에 ‘상업용(비주거용) 부동산 대출’ 축소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당국 차원의 후속대책이 조만간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 주택대출과 달리 상업용부동산 대출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며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던 가운데 규제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주 ‘K뉴딜 지원방안 회의’에서 5대금융지주 회장 및 4대 금융협회장, 금융당국 등과 만나 오피스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축소 필요성을 언급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 상승 및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 문턱을 높여 민간자금 물꼬를 성장성 있는 기업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언급의 핵심이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코로나19'로 전국 공실률이 높아졌는데 강남이나 여의도 대형빌딩 값은 오히려 25∼35% 가량 상승했다"면서 "지금처럼 금융권이 오피스 빌딩에 감정평가액의 50~75% 수준에서 대출을 취급하면 나중에 부동산 침체로 가격이 하락할 경우,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최근 중국의 부동산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위원회(은보감위)는 부동산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말 ‘은행의 부동산대출 집중관리제도 지침’을 마련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대형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 LTV(담보인정비율)은 40%, 개인 주택담보대출은 32.5%로 제한을 뒀다.
한편 여당의 이번 요구를 기점으로 국내 금융당국과 금융권 역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문을 점검하고 포트폴리오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아파트 등 주택관련대출이나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으나 오피스 등 비주거용 부동산 대출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고 있던 상황. 당국은 지난해 10월 비주택담보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및 상가 공실 증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필요 시 규제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를 계기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시 LTV 등이 조정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재 은행권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한도는 최대 70%까지 책정되고 있으나 이보다 낮은 수준의 비율을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또한 정치권이 주문한 당국의 모니터링 강화만으로도 금융권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업권 별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조정을 통해 부동산 대출 증가율을 관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은행권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제조, 서비스, 부동산 임대 등 업종별로 대출 비중을 조정하는데 임대업 대출 등에 대한 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221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자칫 시장에 악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일반 주택과 달리 가격이 안정적이고 리스크가 적다”며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경우 2금융권으로의 풍선 효과나 자영업자의 타격, 여타 시장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측면도 정책 마련에 있어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