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지지율 하락세
'특급도우미' 추미애의 퇴장이 첫 번째 이유
정권대항마 이미지 희석되고 권력의지 물음표
'살아있는 권력' 수사결과가 향후 중대 변곡점
정치권 유력 대선주자를 위협하며 맹렬한 기세를 보였던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이 주춤하고 있다. 윤 총장 지지율 상승에 역설적인 공헌을 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물러나고, 민주당의 공세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4~25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 지지율은 18.4%로 지난달 같은 조사 대비 5.1%p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5.8%p 상승한 27%를 기록하며 두 사람의 순위가 뒤바뀌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앞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L)이 발표한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이 지사는 26.2%로 선두를 달렸고 윤 총장은 14.6%로 그 다음이었다. 12월 같은 조사와 비교해 이 지사는 2.8%p 오른 반면, 윤 총장은 0.4%p 하락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문가들은 윤 총장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윤 총장에게 '정권 대항마' 이미지를 갖게 만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물러난 것이 먼저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감싸며 안티테제로써의 상징성을 약화시킨 것 역시 이유 중 하나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윤 총장의 언론 주목도를 높여줬던 특급도우미 추 장관이 없어진 것이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또한 영남지역에서 윤 총장 지지율이 많이 하락했는데,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이 '우리 사람이다'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 보수층 핵심 지지그룹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윤 총장이 현직 공무원 출신인 만큼, 정치행보를 할 수 없다는 한계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권력의지를 국민들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지지강도나 충성도가 오래도록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K 대표는 "대선주자는 의지와 역량, 비전으로 국민에게 검증을 받는다"며 "가령 이 지사에는 의지와 역량이, 이낙연 대표는 의지만 국민께 인정을 받고 있다면 윤 총장은 검증 자체를 할 수가 없는 상태다. 장기적인 국면에서는 지지율이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향후 윤 총장 지지율 변화의 중요한 요인은 반사적 측면과 주도적 측면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반사적 측면에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느냐가 포인트다. 이른바 추·윤 갈등과 같은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다시 상승세를 탈 공산이 크다. 다만 추 장관 사례를 경험한 만큼, 신임 박 장관이 윤 총장과 직접적인 대립각을 세우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주도적 측면에서는, 윤 총장이 진행 중인 권력을 향한 수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성과를 낼 경우 다시 문재인 정권의 대항마로써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지만, 용두사미로 끝난다면 다시 상승세를 타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장 소장은 "박 장관과의 관계설정과 함께 윤 총장이 정권에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끝까지 파헤칠 수 있을지 여부가 앞으로의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과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등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수사를 계속 할 것인지 국민이 눈여겨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