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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공수처 '수사 이첩' 위헌 불씨 상존


입력 2021.01.29 05:30 수정 2021.01.29 06:03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수사 이첩 조항, 위헌·합헌 의견 동수 팽팽

위헌법률심판 등 추후 재심사 대상 가능성

대부분 '각하' 처분…野 "권력 눈치본 판결"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헌법재판소 결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헌법재판소가 2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립과 운영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공수처는 그간의 위헌 논란을 털고 출범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부 쟁점에서 재판관 3명이 '위헌' 의견을 내는 등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고, 헌재 구성이 '기울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강석진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은 지난해 2월 공수처가 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국가기관이며, 검사의 영장 신청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헌재는 공수처를 행정부 소속 중앙행정기관이라고 판단하면서, 국회 등으로부터 견제를 받기 때문에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사의 영장 신청권 역시 '국가기관의 검사'에 있다고 해석하면, 공수처 검사의 청구도 가능하다고 봤다. 헌재는 이밖에 다른 조항에 대해서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했다.


하지만 공수처장의 '이첩' 요구 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3명이 위헌의견이 나왔다. 이에 다른 3명의 재판관이 보충의견으로 합헌을 주장하는 등 팽팽한 대립이 있었다. 다수가 '각하' 처분을 내려 이첩 관련 본안판단을 하지 않았지만, 위헌과 합헌 의견이 동수로 맞서면서 추후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나 헌법소원 등으로 다시 심리 대상이 될 소지를 남겼다는 평가다.


야권은 헌재의 이번 결정이 권력의 눈치를 본 '정치적 판결'이라고 규정했다. 1년의 시간을 끌면서도 대부분을 본안 판단 없이 각하 처분을 했다는 점, 공수처장 임명 절차가 끝나고 나서야 기일을 잡았다는 점 등이 근거다.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이 중요한 사건을 1년을 끌면서 그 사이 공개대면 한번 안했다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며 "공수처 발족 전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다가 뒤늦게 결정을 한 것은 기본적으로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판결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구체적 사건이 진행되면 공수처법의 위헌성은 계속 논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가 위헌이라는 사실은 양심이 있는 법률가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라며 "헌재 재판관을 코드인사로 채워넣어 무조건 정권 편을 들게 만든 정권에 원죄가 있지만, 청와대 눈치 살피기에는 재빠른 재판관들 역시 역사의 죄인으로 길이 남는 치욕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진욱 공수처장은 헌재의 합헌 결정 뒤 브리핑을 열고 "앞으로 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며 공수처 인선과 운영 방향 등에 대해 밝혔다. 3월에는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인선을 마치고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한다는 게 골자다. 아울러 김 처장은 공수처 초대 차장으로 여운국 변호사를 제청했다.


다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이첩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첩과 관련해 헌재의 위헌 의견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처장은 "현직 검사의 범죄 혐의가 발견됐다면 이첩 조항에 해당한다고 일응 볼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우리가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고 있다. 차장의 의견도 들어야 하고, 헌재 결정에서도 관련 의견이 대립하고 있어 결정문을 분석해 향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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