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 부추겨"…첫 공개석상 언급
NLL 대화록 파문 등 북풍 재현 가능성 의식한 듯
탈원전 기조 배치…대북 정책 전반 타격도 우려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을 일축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이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례적인 선제적 대응을 통해 야당의 '종북 프레임'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유물 정치' 표현을 쓴 뒤 "민생문제 해결을 두고 더 나은 정책으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정치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야는 지난달 28일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 관련 검찰 공소장이 공개된 이후 해당 의혹과 관련해 거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참모진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그동안 수많은 마타도어(흑색선전)를 받아 왔지만 이 정도 수준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법적 조치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열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북풍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정부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청와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일파만파하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문 대통령이 과거 '서해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논란'과 같은 북풍 논란 재현을 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선거의 결정적 패인을 NLL 대화록 논란으로 보고 있다. 그는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종북 프레임에 대해 '사악한 주술'이라며 "민주당과 민주진영 전체를 '종북'으로 매도하는 데 대해 무력했던 것이 나와 민주당의 결정적 패인"이라고 했다.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내년 3월 대선까지 선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풍'으로 이어지는 걸 차단해야 한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극비리로 북한에 원전 건설을 추진했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배치된다는 점, 비판 여론이 강하게 형성돼 임기 1년여를 남겨두고 대북 정책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청와대도 같은 날 오전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야권을 향해 "선을 넘은 정치공세이지 색깔론"이라며 "국민을 혹세무민하는 터무니 없는 선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는 기밀문서로 등록된 USB 공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