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면하고도 '내부쇄신' 시늉만


입력 2021.02.03 06:00 수정 2021.02.02 20:01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유보 조건인 계랑지표 확대·성과급 환수 등 뼈깎는 쇄신 불가피

3급 이상 직급 추가감축 '승진절벽'…"실제 목표달성 쉽지 않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데일리안

금융감독원이 올해 공공기관 지정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면서 고강도 내부쇄신에 나서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금감원의 공공 기관 지정을 유보하는 대신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평가 실시와 상위직급 추가 감축 등의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매년 초마다 공공기관 지정 문제로 몸살을 앓아왔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감독 부실 문제를 지적 받았을 때는 물론 금감원 임직원의 채용비리 논란을 빚은 2017년에도 한파가 몰아닥쳤다. 금감원 입장에선 매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고비를 넘기며 '한해살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8년에는 기재부의 4가지 개선 사항을 받는 조건으로 공공기관 지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4가지 조건은 △채용 비리 근절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 공시 △엄격한 경영 평가 △비효율적 조직 운영 해소 등이다.


올해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유보 조건 가운데 '상위직급 추가 감축'이 가장 힘겨운 과제로 꼽힌다. 금감원은 억대 연봉을 받는 3급 이상 직원이 여전히 40%에 달하는 등 방만 경영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금감원은 3급 이상 직원 비율을 2023년까지 35%로 감축해야 한다. 산술적으로는 매년 3급 이상 직원을 30명 이상 줄이는 인적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철밥통을 깨지 못하고 최악의 승진적별과 마주한 형국이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2021년도 신입직원(5급) 채용 규모를 역대 최대인 90명 수준으로 늘린 것을 두고 '35% 기준'에 맞추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1~3급 직원을 줄이는 대신 신입 채용 등을 통해 전체정원을 늘려서 목표 비율을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감원 대졸 신입사원은 5급인 조사역으로 입사해 선임조사역(4급), 팀장·수석조사역(3급), 국·부국장(2급), 국장(1급) 순으로 올라간다. 향후 2년 간 3급으로의 승진은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독립성 내세워 방만경영하다 공공기관 족쇄 채워질 위기


금감원 내부에선 35% 기준이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불만이 나오고,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한 윤석헌 금감원장도 공개적으로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거들기도 했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선 "직원 10명 중 4명 이상이 고위직인 비정상적인 조직에서 볼멘소리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금감원이 근본적인 체질개선 없이 쇄신하는 시늉만으로는 공공기관 지정 논쟁이 되풀이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 2007년 기타 공공 기관에 지정됐다 감독 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 2009년 1월 해제된 바 있다.


'반민반관(半民半官)'의 금감원은 막강한 공적 권한을 휘두르면서도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과 복지혜택은 물론 정년 보장까지 누려 신의직장으로 불린다. 방만경영의 대표적인 기관이라는 오명을 쓰면서도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이라는 방어논리를 앞세워 허리띠를 조르지 않고 버텨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19년부터 부원장보에게 제공하는 여의도 고급 호텔 피트니스 회원권 혜택을 없앴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의 혜택 범위도 줄였다. 금감원은 국·실장 이상부터 이용해온 비즈니스 항공권 혜택을 장거리 출장에만 한정하기로 하기도 했다. 언론과 정치권의 지적을 받고 나서야 '마지못해' 뜯어고친 사안들이다.


올해 금감원은 강화된 유보조건의 세부 이행계획을 상반기 중에 공운위에 보고해야 한다. 공운위는 "향후 추진실적이 미흡할 경우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신의직장이란 타이틀을 내려놓고, 중앙정부로부터 예산, 인사, 경영평가 등의 통제를 받게 된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