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Z가 운영권 양수...모바일 3.0 선뵈
도토리 대신 ‘이더리움’ 기반 암호화폐 도입
레트로감성 재현 관건, 안정적 서버운영 필수
원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3월에 부활한다. ‘파도타기’, ‘사진첩’ 등 2000년대의 감성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면서도, 일각에서는 자칫 추억팔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도토리’ 대신 ‘암호화폐’로 새 단장
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설법인 ‘싸이월드Z’가 최근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로부터 운영권을 양수받았다. 싸이월드Z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스카이이앤엠 등 5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한 법인이다.
전제완 대표는 자신이 기존 직원에게 체불한 10억원의 임금 액수를 컨소시엄으로부터 받고 싸이월드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싸이월드Z는 이르면 3월중 기존 싸이월드를 정상화할 예정이다. 회사는 내부 베타 서비스를 2주일 정도 테스트해보고 오픈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후 상반기 중으로 ‘싸이월드 모바일 3.0’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 전문외주업체가 개발을 맡는다.
특히 싸이월드에서 아바타나 음원을 구매했던 ‘도토리’ 대신 ‘암호화폐’를 이용하게 될 전망이다. 도토리라는 이름은 SK커뮤니케이션즈 소유이기 때문에 쓸 수 없기도 하고, 디지털 시대에 좀 더 진화한 가상화폐 개념을 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더리움’ 기반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싸이월드Z는 조만간 대형 거래소에 암호화폐 상장을 하면서, 코인 이름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새로운 싸이월드가 암호화폐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지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미 싸이월드는 2019년 1월 암호화폐 ‘클링’을 발행한 적이 있다. 도토리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암호화폐이다. 싸이월드 이용자가 글을 쓰거나 다른 이용자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보상받는 포인트를 클링과 교환해 현금화할 수 있게 했다.
싸이월드 재도약 기대감에 1차 판매로만 4억85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모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규 뉴스서비스 '큐'(QUE)가 흥행에 실패하고,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직원들이 줄퇴사하면서 싸이월드는 경영난에 빠졌다. 거듭되는 악재에 클링은 5개월만에 가격이 96% 이상 급락하며, 클링 투자자들은 집단 소송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싸이월드Z가 클링과 새롭게 발행할 암호화폐를 일정 비율로 교환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지며, 지난 3일 클링 시세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비트소닉에서 250% 폭등하기도 했다.
다만 누리꾼들은 이같은 회사의 방침에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암호화폐가 언급되는걸 보니 싸이월드 다시 일어날 일 없을 듯”, “한탕 해먹고 치울건가”, “암호화폐는 부활시키려는 목적보다 한탕하고 접겠다는 목적 같다” “코인찍어내서 엄청 팔아드시겠구만”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안정적인 서버 운영 필수, ‘각고면려’ 해야
부활한 싸이월드가 시장에서 의미있는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싸이월드는 2000년대 초중반 ‘나는 가끔 눈물을 흘린ㄷㅑ ...☆ Feat. 눈물셀카’ ‘일촌’ ‘도토리’ 등으로 유행을 낳으며, 3200만명이 이용했던 토종 SNS이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모바일 환경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하면서 하락세를 걸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이 주류로 올라오면서 뒤로 밀려졌으며, 이후 SK컴즈 등에서 리뉴얼 등을 거치기도 했으나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운영 주체도 바뀌며 부침을 겪다 2019년 10월 서비스 중단 사태를 겪고, 5월 세금 체납으로 사업자 등록 자격이 말소되며 폐업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버 유지비조차 내지 못해 운영이 어려워지자 수천만 사용자들의 추억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재 싸이월드Z측에 따르면 사진170억장, 음원 MP3파일 5억3000만개, 동영상 1억50000만개 등이 남겨져있다. 서비스 중단 직전까지도 매월 1000만여이 로그인했다. 기존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싸이월드 세대인 3040세대는 물론, 다양한 SNS를 접한 10대와 20대까지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3200만명의 데이터를 오롯이 복구해야 하고, 차후 안정적인 서버 운영은 필수다. 지난해 과기정통부는 싸이월드 폐업 예정일을 앞두고 “회사가 제대로 운영을 하지 못해 데이터 보관 서버가 상당부분 훼손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전 대표는 서버 낙후로 일부 디스크 손상을 복구하나 교체하지 못해서 디스크가 깨져있지만 손상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레트로 감성을 완벽 재현하면서도,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사용자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리모델링을 넘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수준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해내지 못하면 ‘추억’은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염려이다.
한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국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SNS 월간 활성자수(MAU)는 네이버 밴드가 1657만명으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인스타그램(1165만명), 카카오스토리(976만명), 페이스북(963만명) 등이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