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전세계 선박발주량 절반 '싹쓸이'…전년비13배 급증
철강사, 후판가 인상 명분 확보…"원료가 상승분 꼭 반영"
국내 조선사들의 잇단 수주 소식이 전해지면서 철강사들도 덩달아 실적 반등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을 놓고 가격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철강사들은 조선사들의 수주랠리 및 후판 수요 증가를 근거로 가격 인상을 이끌어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9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달 전 세계 선박발주량 17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중 54%에 달하는 91만CGT를 수주하며 수주량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수주량이 7만CGT에 그쳤던 전년 동기 대비 13배나 급증한 수준이다.
특히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수주 목표치를 지난해 수주실적보다 35~40% 상향하는 등 실적 회복을 자신하고 있다. 조선사들은 글로벌 조선 시황이 개선된 흐름을 틈타 압도적인 건조 기술력으로 경쟁국들과 격차를 벌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조선업계에 훈풍이 불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의 표정도 밝아지는 모양새다. 조선업계의 실적 회복은 선박에 주로 쓰이는 후판의 가격 인상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사와 조선사들은 통상적으로 6개월마다 후판 가격 협상을 벌이며 현재 팽팽한 '줄다리기' 협상이 진행 중이다.
철강사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조선업황 부진을 감안해 후판 가격을 인하 또는 동결해온 만큼 이번에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후판 가격은 t당 81만원선으로, 2008년 110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약세를 지속해왔다.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의 강세도 후판 가격 인상을 뒷받침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t당 154.91달러(약 17만2000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t당 80.38달러(약 8만7000원)에 그친 것에 비교하면 2배 급등한 수준이다.
철강사들은 이같은 원재료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 '팔수록 손해'라는 입장이다. 이에 최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후판 가격 인상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김영중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올 하반기부터 조선사 건조량이 늘어 후판 수요가 전년 대비 40만t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후판 가격 인상 목표는 글로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10만원 이상, 많게는 13~15만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재환 현대제철 영업본부장은 "조선사들과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고 2분기 내 결론을 낼 것"이라며 "원료가 가격 상승분을 꼭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 움직임에 난색을 표하는 모양새다.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핵심 재료인 만큼 가격 상승은 원가 부담으로 직결된다. 그러나 수주계약을 체결했다고 곧바로 실적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신규 수주가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2년 정도의 시간차가 있다"며 "최근 수주 실적이 좋다고 곧바로 후판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조선사의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