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화학공업 거듭 강조
구체적 목표는 공개 안 해
추가 대외메시지 나올 가능성
북한이 연초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국방력 강화와 자력갱생·자급자족 경제 노선을 천명한 가운데 후속 조치 마련을 위해 당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전략적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각 부문들의 2021년도 사업계획을 심의·결정하기 위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가 소집됐다"고 전했다. 전날 소집된 전원회의는 김정은 당 총비서가 이끌었으며, 공개된 사진상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김정은 총비서는 "당 대회 결정은 앞으로 5년 동안 각 분야에서 수행해야 할 중장기 과업들"이라며 "당 중앙위는 앙양된 대중의 열의를 소중히 가꾸고 더욱 고조 시켜 당대회 결정 관철로 강력히 인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전원회의 보고에서 "국가경제지도기관들이 올해 투쟁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 발로시킨 소극적이고 보신주의적인 경향들을 신랄히 지적했다"고 한다.
김 총비서는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이 '인민경제 중심고리'라는 점을 언급하며, 집중 투자를 통한 철강재·화학비료 등의 '생산능력 확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8차 당대회를 통해 제시한 '금속·화학공업 중심의 발전 계획'을 거듭 강조한 셈이지만, 구체적 목표나 실천 방안 등은 이번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신문은 구체적 내용에 대한 언급 없이 "전력·석탄공업과 철도운수·건설 건재·경공업·상업 부문의 올해 목표 및 실천적인 방도가 명시됐다"고만 전했다.
이번 전원회의와 앞선 8차 당대회 내용을 종합하면, 북한이 제재의 직간접적 영향을 많이 받은 소재 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원료'를 활용해 자급자족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지난달 한 웨비나에서 "북한이 경제계획으로 금속·화학공업을 이야기하며 '주체 철', '주체의 화학공업'을 언급했다"며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 부총장은 "주체 철 등은 김일성 시대부터 하던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별다른 성과를 못 거뒀다. 사실상 포기했던 부분인데 다시 가지고 나온 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대외 메시지 가능성" VS "내부 집중할 듯"
한편 신문은 전원회의가 계속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이 전원회의를 통해 부문별 사업계획을 심의·결정키로 한 만큼, 향후 대외 메시지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현재 참석 및 방청 인원의 면면을 봤을 때, 경제 현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후 회의에서 방청 인원을 조정해 경제 부문 이외의 안건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8차 당대회 결정 내용과 관련한 재학습 및 사상전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내부 이슈'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시작이 절반'이라는 속담처럼 북한은 향후 5년의 성패가 첫해인 2021년에 달려있다고 보는 듯하다"며 "그만큼 북한은 올해도 지난해처럼 대미·대남관계보다 내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