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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상해 아니다" 법원 판단에 보험사 '촉각'


입력 2021.02.13 06:00 수정 2021.02.10 09:1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질병으로 봐야 타당" 법원 판결에도 논란 여전

"새로운 감염병 대비해 세부 판단 기준 세워야"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은 상해로 목숨을 잃은 것이라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는 물론 앞으로 있을지 모를 또 다른 전염병 사태 시 상해보험금 지급을 판가름할 중요한 판단이 될 수 있어서다. 이번 법원의 결정을 계기로 감염병을 상해로 바라볼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상해로 인한 사고를 보장하는 손해보험사 상품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코로나19로 사망한 사건에서 보험사는 유족에게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대구지방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사건에서 법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해 패혈증에 이르게 된 사례는 급격한 외래의 사고로 입은 상해가 아니라 질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냈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감염과 같은 법정감염병에 대해 재해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는 생명보험 약관과 충돌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생명보험 약관의 재해와 손해보험 약관의 상해가 동일 혹은 유사한 개념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법원은 생명보험의 경우 코로나19를 포함한 법정전염병을 보장대상인 재해로 포함하고 있고, 손해보험과는 보호범위가 다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1심에서 확정돼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은 바 없고, 달리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미생물이 체내로 침투해 발생하는 감염병이 상해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아직 없다는 점에서 논란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는 상해의 요건에 대한 세부 기준의 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손해보험에서 상해의 개념을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상해는 급격하게 일어난 사고여야 한다는 급격성의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보면 시간적 요소에 중점을 두는지, 피보험자의 예견가능성 내지 불가피성에 보다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는 실정이다.


아직까지 이런 급격성의 의미에 관해 정면으로 판시한 대법원 판례는 없는 상황이다. 통상 우연성이 인정되는 경우 대개 급격성이 인정되므로 급격성의 존재 사실이 치열하게 다퉈진 사례가 드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손해보험상 상해를 판단하는 또 다른 요건은 우연성이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사고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라고 설명한 바 있다. 따라서 예상할 수 없는 사고가 생기고 그 결과로 상해가 발생하거나, 원인은 우연하지 않지만 그로부터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을 때 우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손해보험 상해의 요건으로 꼽히는 사항은 외래성이다. 외래성이란 외부적 요인이 신체에 가해지는 것으로 상해 발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또는 체질적 요인 등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있음을 뜻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런 상해의 조건들을 감안해 봤을 때 기생충이나 바이러스, 세균 등 미생물 침투에 의해 건강이 훼손된 경우 상해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해 견해가 대립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쪽에서는 병원균이 매개물에 의해 외부로부터 급격·우연하게 신체에 침입해 신체를 손상시키므로 일은 상해 보험사고의 요건을 구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를 상해로 보게 되면 단순한 감기나 무좀과 같은 질병까지 모두 상해에 해당하게 돼 불합리한 결론에 이르게 되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의한 건강 훼손은 상해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바이러스나 세균의 외부 침입으로 인한 감염병이 개념상 상해로 인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 보다 싶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코로나19의 대유행을 계기로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보험 제도도 보다 철저히 손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양승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감염병에도 세부적으로 보면 광견병·파상풍처럼 상해가 선행되는 경우, 일본뇌염모기처럼 경미한 피부손상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 기침·호흡 등 일상적 경로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 등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법원의 판례에 주목하고 향후 활발한 학술적, 실무적 논의를 통해 다양한 경우에 합리적인 적용이 가능하도록 상해의 각 요건의 세부적 판단기준이 정비 및 확립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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