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상상인 등 파킹통장 잇따라 출시…작년말 4조원 가까이 몰려
수시출금·수수료무료·이율 '장점'…오픈뱅킹 전후 경쟁촉발 '전망'
하루만 맡겨도 연 1.5~2.0%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파킹통장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주식 광풍이 유난히 거셌던 지난해 약 4조원 가까운 자금이 파킹통장에 몰린 가운데 올해에도 오픈뱅킹 참여를 앞둔 저축은행들의 고객유치 경쟁이 파킹통장을 중심으로 한층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최대 연 2% 금리를 제공하는 비대면채널 전용상품 ‘페퍼룰루 파킹통장’을 출시했다. 신사옥 이전을 기념해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출시된 이 상품은 최대 2억원까지 예치가 가능하다. 다만 예치금 규모가 300만원 이하일 경우에 한해서만 연 2%(세전) 금리가 제공되고, 예치금이 3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연 1.5% 이율이 제공된다.
이달 초 상상인저축은행이 선보인 ‘뱅뱅뱅 파킹통장369정기예금’도 순항 중이다. 하루만 맡겨도 기본 1.6% 금리(최대 연 1.9%, 9개월 기준)를 제공하는 이 상품은 출시 일주일 만에 740억원을 넘어섰다. 이 상품 역시 상상인저축은행 모바일 플랫폼인 ‘뱅뱅뱅’을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OK저축은행 ‘중도해지OK정기예금369’, 웰컴저축은행 ‘직장인사랑보통예금’, JT저축은행 ‘비대면 보통예금’ 등이 대표적인 저축은행 파킹통장 상품으로 꼽힌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경우 작년 말 기준 사이다뱅크 파킹통장(자유입출금통장) 가입자 수가 70만명(잔액 2조원)으로 1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파킹통장’이란 예치금액이나 기간, 입출금 횟수에 상관없이 약정이자를 받을 수 있는 예금(보통·저축·기업자유예금)을 말한다. 여윳돈을 잠시 주차(Parking)하듯 짧게 맡겨놓을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으로 중도해지 불이익 없이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 쓸 수 있어 자금관리 측면에서 유용하다. 특히 저축은행 파킹통장 각종 수수료도 조건없이 무료인데다 예금금리 또한 시중은행이나 증권사 CMA통장보다 높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서울지역 주요 저축은행 8곳(SBI·오케이·웰컴·애큐온·JT친애·신한·하나·KB저축은행)의 파킹통장 잔액은 3조98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2조8000억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해당 업계는 이처럼 저축은행 파킹통장에 많은 돈이 몰린 배경으로 유래없는 ‘주식열풍’을 꼽았다. 공모주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데다 단타 목적의 주식투자자금을 잠시 예치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주로 모바일이나 비대면을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는 만큼 2030 젊은층들의 자금유입비율도 눈에띄게 높아졌다. 웰컴저축은행 ‘직장인사랑보통예금’ 가입자의 연령대별 비율을 살펴보면 30대가 47.4%로 가장 높았고 40대(28.0%)와 20대(12.7%)가 그 뒤를 이었다. 전체 가입자 10명 중 6명은 20대와 30대 이용자로 나타난 것이다.
한편 다음달 말 저축은행들의 오픈뱅킹 시행을 전후로 파킹통장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이란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입출금을 자주 이용하는 파킹통장 이용자가 향후 오픈뱅킹 주고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또 금리에 민감한 금리 노마드(유목민)족 수요도 잡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당분간 파킹통장을 둘러싼 금리 등 혜택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