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겐 다 후속 계획이 있었다…중수청 신설로 ‘검찰 해체’
석동현 “윤석열 총장은 차라리 내 목을 치라는 결기 보이라”
문재인 정권의 ‘검찰 해체’ 작전이 어지럽고 섬뜩하다.
공수처(公搜處, 청와대, 국회, 검찰, 법원, 정부 부처 등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립을 국회 절대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일 때까지만 해도 그것이 독립 수사 기관으로 세워지는 것이니 정권 뜻대로 움직이지만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실제로 초대 처장인 판사 출신 김진욱에 대한 기대도(제2의 검찰총장 윤석열이나 감사원장 최재형이 되어 주기까진 바라진 않더라도) 전혀 없진 않았다.
문재인 정권 수뇌부와 민주당 돌격대 의원들은 필자 같은 사람들이 보인 일말의 낙관을 이미 알아챘음이 틀림없다. 그들에겐 다 후속 계획이 있었다.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다. 나라의 중추 기관 개조 작업을 시즌 운운하다니... 무슨 연속극인가?
심심풀이 연속극이 아니라 심각한 검찰 해체 작업 2단계이자 최종 마무리 수순(手順)이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란 걸 만들어 지난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겨 둔 소위 6대 범죄, 즉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 등의 수사를 전담케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과 고위공직자, 일반 사건을 중수청-공수처-경찰이 나눠 맡는 검찰 왕따 속셈이다. 그리하여 검찰은 직접 수사는 하지 않고 공소유지(公訴維持)만 하는 공소청으로 변신시킨다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검찰 무력화 구상이다. 이런 법을 발의하고 여론 조성 작업을 시작한 이들은 다름 아닌 검찰 수사를 받은 피의자들이다.
중수청 신설법 대표 발의자인 민주당 의원 황운하는 청와대 울산시장(대통령 문재인의 친구 송철호) 선거 개입과 경찰 하명 수사 의혹 사건으로 검찰에 의해 불구속기소가 돼 있다. 또 최근에 중수청이란 이름을 SNS에 난데없이 띄우며 공론화한 이는 586 운동권 출신 문재인 정권 인사들 위선과 파렴치의 대명사 조국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초기 구상은 ‘공수처 신설-수사권 조정’ 성취 후 검찰개혁의 최종 목표인 ‘수사-기소 분리’로 나아간다는 단계론이었다”라고 검찰 해체가 그들이 말하는 검찰개혁의 궁극적 의도임을 분명히 했다.
황운하, 조국과 함께 검찰에 이를 가는 듯한 김남국, 최강욱 등 여권 의원들 면면이 하나같이 검찰의 수사를 받았거나 받을 수도 있으며 출신이 경찰이나 법무관, 판·검사 거치지 않은 변호사로서 검사들에 대해 경쟁적인 감정을 갖는 공통점을 보인다.
검찰과의 악연(惡緣)이란 점에서 대통령 문재인은 또 자못 역사적이다. 그의 검찰개혁 의지를 숙원(宿願) 또는 ‘운명적 과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가 비서실장으로 모신, 자살한 전 대통령 노무현이 검찰 수사의 직접적 피해자라는 인식(여기에는 증오의 감정과 복수심이 동반된다)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게 정설(定說)이다.
사감(私感)은 이렇다 할지라도 정권을 잡은 뒤 적폐(積弊) 수사라는 간판을 걸고 정치 보복을 저지를 때는, 그 유용하고도 달콤한 검찰의 용도를 절감했을 것이며 따라서 그 수사권을 줄이고 더구나 해체하는 정도까지는 생각도 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조국 수사가 문재인과 그 돌격대, 검사들에 원한과 열등 콤플렉스를 가진 의원들에게 검찰 해체라는, ‘개혁 과제’를 밀어붙이는 방아쇠를 당겼다. 거기에 윤석열의 대들기와 버티기는 방아쇠가 당겨진 그 총에 탄알을 무한 충전하는 역할을 했다.
정부 조직의 중대 변화가 이렇게 사사로운 배경에 의해 설계되고 칼질이 되어도 좋은 것인가 하는 우려와 탄식은 이 정권에서는 사치다. 민주당의 관련 TF 팀장인 박주민이 법안 통과를 6월로 예정하는 걸 보면 이들은 7월에 임기가 끝나는 검찰총장 윤석열을 의식해서 일정을 짜고 있다.
윤석열의 최측근으로 찍혀 전 법무부장관 추미애에 의해 3번 연속 좌천 인사를 당한 조국 수사 검사장 한동훈은 지난 설 연휴 중에 조선일보 기자에게 응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 비리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특별한 검사가 목숨 걸어야 하는 게 아니라, 보통의 검사가 직업윤리적 용기를 내면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정부의 검찰 개혁은 반대 방향이다. 그 결과, 권력 비리 수사의 양과 질이 드라마틱하게 쪼그라들 것이다. 강자의 권력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처벌받지 않는 것이 뉴노멀이 되는 순간, 부패는 공사(公私) 모든 영역으로 좀비처럼 퍼져 나가 약자들과 서민들이 대놓고 착취당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 해체 목적은 바로 이렇게 바른말 하며 두려움 없이 자기 할 일을 하는 한동훈 같은 검사들로부터 수사권을 빼앗아 무장해제(武裝解除) 시키는 것 아니겠는가?
전 동부지검장 변호사 석동현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권이) 검찰의 무력화, 초토화를 넘어 공중분해를 통한 검찰 해체 수순으로 가고 있다”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라리 내 목을 치라며 분연히 그 불의한 시도를 막겠다는 결기를 보여 주어야 한다”라고 적었다.
이 정권이 만약, 정말로 검찰 해체에 나서게 된다면 윤석열은 자신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싸웠던 추-윤 갈등과는 비교가 안 되는, 진짜 싸움을 앞에 두고 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 (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