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익 기준 순위 변동…농협금융 4위 차지
비은행 부문 그룹의 성패 좌우…“M&A 약점 보안”
농협금융지주가 ‘4대 금융지주’ 타이틀을 차지하자 우리금융지주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농협금융은 비은행 계열사의 약진에 힘입어 4대 금융 굳히기에 나섰고 은행이 절대적인 수익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금융은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올해에도 농협금융과 우리금융 간의 치열한 4위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으로 1조7359억원을 거둬들이며 우리금융(1조3073억원)을 제치고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에 이어 금융지주 4위에 올랐다.
구체적으로 보면 농협금융의 작년 순익은 전년 대비 2.5% 줄었다. 농협법에 의해 농업·농촌을 위해 지원하는 농업지원사업비 4281억원을 감안한 당기순이익은 2조353억원으로 2조원을 넘겼다.
그룹의 핵심이익인 이자이익은 7조9868억원을 시현했고 수수료이익은 비대면거래 확대 및 증권위탁중개수수료 순증에 힘입어 39.7% 늘어난 1조626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년 전(1조8722억원)보다 30.2% 감소한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대손충당금과 라임펀드를 포함한 사모펀드 관련 비용을 선제적으로 적립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코로나19 관련 충당금을 3230억원, 사모펀드 관련 비용을 2180억 원 반영했다.
사실 우리금융은 작년 상반기부터 농협금융과의 실적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은 6605억원으로 농협금융(9102억원)에 4위 자리를 내줬다.
비은행 부문의 약진이 농협금융과 우리금융 간의 순위를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비은행 계열사 중 증권사는 증시 활황 속 주식 거래 대금 급증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증권계열사인 NH투자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770억원으로 전년대비 21.3% 늘었다. 반면 우리금융의 경우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계열사가 없어 증시 호황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이에 우리금융은 시장에 증권사 등 M&A 적정매물이 나올 경우 적극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역시 신년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장 환경이 위축돼 단기간 내 규모 있는 M&A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그룹 내 비어있는 비은행 부문에 대해 다방면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모색해 그룹 성장을 위한 동력을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해 말 자회사로 편입한 우리금융캐피탈(전 아주캐피탈)의 실적이 올해부터는 온전히 반영돼 그룹 전체 이익 성장세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12월 10일 아주캐피탈을 비롯해 아주캐피탈이 100% 지분을 보유한 아주저축은행(현 우리금융저축은행)을 계열사로 편입했다.
우리금융은 향후 손자회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 지분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금융지주법상 금융지주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2년 내에 자회사로 편입해야 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경우 비은행 분야에 대해 M&A 등을 통해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금융 자산 중 아직 내부등급이 적용되지 않은 외감법인과 신용카드에 대한 추가 승인이 연내 이뤄질 경우 M&A는 보다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임 등 사모펀드에 대한 충당금 등 선제적인 비용 반영으로 올해에는 이익 개선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NIM(순이자마진) 개선 등 양호한 영업 환경을 고려해 볼 때 올해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 이상의 증가가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