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표방 안철수, 정통 보수 지지층 향한 확장 행보 이어가
민감한 성소수자 문제에 명확한 입장 표명해 정체성 확보해
노동운동하다 보수정당 구원 투수 나섰던 인명진 만나 대화
중도를 표방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정통 보수 지지층을 향한 확장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제3지대 서울시장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금태섭 전 의원과의 토론회에서 '퀴어 축제를 거부할 권리'를 주장해 사회적 논쟁을 불러온 데 이어 과거 탄핵 국면에서 보수정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바 있는 인명진 목사를 만나기도 했다.
21일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성소수자들의 거리 축제 행사인 '퀴어 퍼레이드'를 두고 "거부할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고 한 발언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언주 예비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소수자 인권도 중요하지만 반대의사를 표현할 자유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성소수자의 인권은 존중하지만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반대의사를 표현할 자유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자라고 해서 차별하면 안 되겠지만 동성애를 반대할 자유는 존중되어야 할 것"이라고 안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내놨다.
퀴어 축제 거부 권리 존중 발언 이후 진보정당들로부터 '혐오정치'라는 표현까지 제기되며 비판을 받고 있는 안 대표를 향해 '강성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이언주 후보가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이언주 후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반대의사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소수자 인권을 빙자한 파시즘(전체주의)에 다름 아니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 관련 논란은 여전히 보수와 진보 양 진영에서 대립각을 명확하게 세우고 있는 주제이다. 과거 유력 정치인들이 동성애 관련 찬반 견해를 밝혔다가 상대 진영 핵심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사곤 했던 만큼, '중도'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에게는 관련된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질 만큼 민감한 주제였다.
따라서 이번 안 대표의 발언은 이례적이면서도 보수 핵심 지지층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작심하고 입장을 밝혔다고 본다"며 "진보층으로부터 비난이 쏟아질 것을 예상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의중을 내놓은 것은 자신에 대한 지지가 비교적 약한 정통 보수층에게 정체성을 어필하려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안 대표는 전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던 지난 2016~2017년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 목사를 찾아 관심을 모았다.
안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 목사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올리며 "인 목사님은 노동운동, 민주화운동, 경실련 등 시민운동을 거치시면서 4차례 투옥되는 진보적인 삶을 살면서도, 우리나라 보수정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두 차례나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하며 구원투수 역할을 하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수정당이 국민께 버림받았을 때는 온갖 모욕과 모함을 감수하면서 기꺼이 보수정당을 되살리는 일을 맡으셨다"며 "특정 이념이나 정파에 매몰되지 않고 오로지 국민을 사랑하고 나라에 봉사하신 목사님을 더욱 존경하게 됐고, 우리 현대사의 거인처럼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 목사님께서는 '이번 보궐선거는 1년짜리 서울시장을 뽑는 게 아니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이라면서 저에게 분발을 촉구하면서 응원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정치권 입문 이후 진보에서 중도를 거쳐 현재는 보수야권의 단일후보로서 서울시장 출마를 도전하고 있는 만큼, 진영을 넘나들며 자신과 비슷한 궤적을 걸었던 인 목사를 만나 보수 재건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잡는 행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정한 진영을 염두에 두고 행보를 이어가기 보다는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궁극적 목표인 정권교체의 디딤돌을 놓겠다는 생각 아래 다양한 분들의 고견을 듣고, 안 대표의 소신을 국민에 전달하려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