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결제수단 '페이북머니', 송금·카드결제 등 금융업무 전면 포진
업계 '자체 카드사업 강화' 해석…"사업 다각화, 생존 위해 불가피"
지난해 카드업계에서 유일하게 실적이 악화된 비씨(BC)카드가 자체 카드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정된 포트폴리오로 수익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 다각화를 통한 체질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지난해 4분기부터 자체 결제 앱 ‘페이북(paybooc)’ 내에 ‘페이북머니’ 서비스를 런칭하고 결제 등 이용 시 다양한 혜택을 공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페이북머니는 비씨카드가 페이북을 통해 제공하는 선불지급수단으로 일종의 포인트 개념이다.
서비스 출시 초기에는 페이북머니 5000원 이상 적립 시 5000원을 추가로 적립하는 ‘더블머니 쌓기’ 이벤트를 선보이는가 하면 SNS를 통해 이용자 간 머니박스를 공유하면 최대 1만원까지 무작위로 적립받을 수 있는 ‘모두의 머니박스’도 이용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비씨카드는 새로운 머니박스 이벤트를 준비 중에 있다.
BC카드 관계자는 "'페이북'의 활성화 측면에서 페이북머니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비씨카드의 ‘페이북머니’ 서비스에 대해 ‘자체 카드사업’ 강화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인 카드 포인트의 경우 결제 시 부가서비스 측면이 강하나 페이북머니는 포인트 형식을 띄었을 뿐 금융거래 전면에 사용되고 있어서다. 현재 페이북머니 이용자는 자신의 계좌와 연결, 포인트를 충전해 결제 시 사용할 수 있고, 자신 및 타인 계좌로의 송금, 카드 단독결제도 가능하다. 최근 금융당국 차원에서 선불전자지급수단에 대한 후불결제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서비스 확대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한편 비씨카드의 이번 서비스 강화 움직임은 일종의 사업다각화 측면으로 해석된다. 자체 카드상품을 통해 결제수수료 수익을 얻는 전업 카드사와 달리 비씨카드는 결제망이 없는 은행권 카드 프로세싱 대행사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비씨카드의 매입업무수익 비중은 전체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문제는 이같은 매입업무가 오프라인 결제 위주라는 점이다.
비씨카드는 한정된 포트폴리오 속에서 수 년간 지속된 카드수수료 인하,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오프라인 결제 급감으로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비씨카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3865억원으로 전년 대비 4.2%p 감소했다. 당기순이익(697억원)도 전년 대비 39.6%p 하락했다. 전업 카드사들이 카드대출과 자동차금융 확대 등으로 실적을 방어한 것과는 다소 대조적이다.
다만 비씨카드 입장에서는 이같은 '카드사업 강화'라는 이미지에 대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드 프로세싱 대행사로의 역할이 아닌 자체 카드사업 강화에 적극 나설 경우 회원사들인 여타 카드사들과 경쟁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다음달 정식 취임할 최원석 비씨카드 대표 내정자는 이같은 상황에서 회원사들과의 관계 유지와 자체 서비스 강화, 신사업 추진 등의 과제를 안게 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빅테크 등 결제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회원사들이 달가워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면서도 "그러나 생존을 위한 포트폴리오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