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총회 D-1에도 하마평 전무…허창수 연임 무게
경총 주도 통합 제안까지…최태원의 대한상의와 상반
“대기업 총수 주도로 약화된 경제단체 위상 제고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정기총회를 하루 앞두고도 차기 회장에 대한 하마평조차 나오지 않으면서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약화된 위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동생 격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으로부터 흡수 성격의 통합을 제안받는 등 영향력이 크게 약화돼 경제단체 맏형으로서 위상 제고가 요원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오는 26일 정기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 현재로선 마땅한 후보가 없어 허창수 회장이 다시 연임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언론 등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언급했지만 회장 선임 하루 전에도 뚜렷한 하마평이 나오지 않아 허 회장의 연임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 2011년 처음 33대 회장에 추대된 후 37대까지 4연임하며 무려 10년간 전경련 회장을 맡아왔다. 전경련 회장은 임기가 2년으로 무제한 연임할 수 있다.
이처럼 전경련이 회장직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은 경제단체로서 위상이 크게 훼손된 것과 관련이 깊다. 전경련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후 주축인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이 줄줄이 탈퇴하며 위기를 맞았다.
전경련은 현 정부 들어서 청와대 초청 행사에서 줄곧 ‘패싱’을 당하는 등 설 자리를 완전히 잃은 상태다.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어도 제대로 대변할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최근 경총이 통합을 제안한 것도 그만큼 전경련의 약화된 영향력을 방증한다. 그동안 간간히 정기총회 등을 통해 두 단체의 통합 얘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경총의 수장이 흡수 통합 성격의 통합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전날인 24일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 52회 정기총회 후 전경련과의 통합을 제안했다. 손 회장은 “(경제단체 간)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전경련과 경총이 통합해 힘을 강화하고 여러 가지 경제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장이 선임되고 통합이 이뤄지지 않고 조직을 유지한다고 해도 전경련이 과거의 영향력을 회복하는데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경제단체로서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일단 재계의 소통창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유력 대기업 그룹 총수가 회장을 맡는 것이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화와 롯데 등 회원사 중 가장 규모가 있는 그룹들은 모두 손사래 치고 있는 현실이어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 허 회장도 지난 2019년 12월 GS그룹 총수에서 물러나 GS건설 회장직만을 맡고 있다.
이는 사상 첫 4대그룹 총수를 회장으로 맞이하며 위상이 강화된 대한상공회의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3일 관례상 대한상의 회장자리를 겸하는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직에 올랐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은 지속적으로 영향력이 약화돼 왔다”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역 그룹 총수가 회장으로 선임돼 전경련이 재계의 중심으로 다시 자리잡는데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