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카드론 이용규모 12.7% 증가…연체율은 되려 감소추세
고신용자 유입에 금리도 하향…양극화·저신용자 위축 '부작용'
신용카드 장기신용대출인 ‘카드론’ 이용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 여파로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카드론을 찾는 고신용자들이 부쩍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 5곳(신한·KB·삼성·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카드론 이용액은 29조41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3조3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별로는 하나카드(4조6080억원)가 25.2% 가량 늘었고, 삼성카드 14.6%, 우리카드 14.4%, 신한카드 9% 순이다. 작년 말 기준 전체 카드론 잔액은 3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카드론 규모가 늘어나고 있지만 연체율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5개 카드사의 지난해 평균 연체율은 0.98%로 1년 전(1.24%)보다 하락했다. 이 기간 하나카드 연체율이 0.44%p(1.46%→1.02%) 개선됐고 우리카드와 신한카드 연체율 역시 각각 0.3%p, 0.22%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KB와 삼성카드 역시 0.1%p대 개선세를 보였다.
이처럼 대출 증가와 연체율 개선이라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데에는 코로나19 상환유예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되나 무엇보다 고신용자들의 유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높다. 지난해 역대급 저금리에 영끌(부동산)·빚투(주식투자) 여파로 은행권 대출수요가 몰리자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에 나섰다. 이에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그에 따른 수요가 카드사 등 2금융권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카드론 평균금리는 10~14%대 수준으로 시중은행 대출 대비 고금리대출로 인식되나 고신용자 유입으로 카드론 대출 금리 역시 최저 4%대까지 떨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카드 카드론 최저금리가 연 4.9%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우리카드와 신한카드, 삼성카드 역시 각각 연 5.2%, 5.36%, 5.9%대로 나타났다. 한자리 수 금리를 적용받은 카드론 이용자 비중 역시 카드사별로 많게는 13%까지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카드론 금리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어서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1~2등급 고신용자의 경우 최근 6개월 새 금리가 절반 가까이 내려간 반면 저신용자 금리의 경우 연 20% 안팎을 유지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카드론을 이용하던 중·저신용자들이 한정된 공급물량과 높아진 문턱 속 또다른 고금리시장 혹은 대출절벽에 내몰릴 여지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코로나19 등으로 유예되고 있지만 대출총량규제가 향후 재개될 경우 상대적으로 건전성 리스크가 큰 중저신용자들이 밀려날 여지가 크다”며 “또 오는 7월부터 본격화될 법정최고금리(20%) 인하에 앞서 선제적 관리 차원에서 저신용자 대출 취급을 줄이려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