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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고배당안도 주총으로…26일 표대결 예고


입력 2021.03.10 17:19 수정 2021.03.10 17:2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법원 가처분 신청 인용…배당 규모 1158억 vs 3070억

박찬구 금호석화그룹 회장(왼쪽),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금호석화

법원이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박철완 상무의 '고배당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하라고 결정했다.


양측의 안건이 최종적으로 확정됨에 따라 오는 26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은 박 상무가 회사를 상대로 낸 주총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는 결정을 10일 내렸다.


앞서 박 상무는 지난달 초 약 3070억원 규모의 고배당 안건과 이사진 교체, 사외이사 중 의장 선출, 자사주 소각, 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신설, 비영업용 자산 매각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냈다.


구체적으로 그는 보통주 배당금을 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는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려달라고 했다.


여기서 박 상무 측이 우선주 배당금을 보통주보다 100원(2%) 더 요구한 것이 문제가 됐다. 금호석화 정관·부칙 등에 따르면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주당 배당금이 액면가(5000원)의 1%인 50원까지 높게 책정될 수 있다.


상법상 정기 주주총회 개최일 6주 전에 주주 제안이 회사 측에 전달돼야 하기 때문에 시일 요건을 맞추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호석화가 박철완 측이 내건 고배당 안건이 상법과 정관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주장하자, 박 상무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 뒤 보통주 1만1000원, 우선주 1만1050원으로 변경한 '수정제안'을 다시 냈다.


이후 박 상무측은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에 박 상무가 낸 주주제안을 금호석화가 받아들이라는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날 박 상무의 제안에 일부 오류는 있다고 봤지만 "최초 제안을 일부 보완해 동일성이 있는 수정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받아들이라"고 최종 판단했다.


이로써 금호석화는 배당 안건과 관련해 박철완 상무가 내건 총 3070억원 규모의 배당안, 회사측이 제시한 1158억원의 규모의 배당안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이게 됐다.


또 다른 쟁점인 이사 선임도 박 회장 측과 박 상무가 추천한 안건이 동시에 주총에 올라갔다.


금호석화는 사내이사로 금호석유화학 영업본부장인 백종훈 전무를 후보로 추천했고, 박 상무는 본인을 추천했다.


금호석화는 사외이사로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변호사인 이정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인 박순애, 가천대학교 석좌교수인 최도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인 황이석 등 총 4명을 후보로 각각 추천했다. 최도성, 황이석 후보는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이기도 하다.


박 상무는 주주제안을 통해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오피스 대표인 이병남, Dentons Lee 외국변호사인 Min John K, Facebook 동남아시아 총괄 대표인 조용범, 이화여자대학교 공과대학 환경공학과 교수인 최정현 등 총 4명을 후보로 각각 추천했다. 이 가운데 이병남, Min John K 후보는 감사위원회 후보이기도 하다.


금호석화는 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위원회 신설,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거래 감시를 위한 내부거래 위원회 신설 , 이사 보수 결정 객관성 확보를 위한 보상위원회 신설도 제시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신설은 박 상무가 제안한 내용들과 유사하다. 박 상무는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할 것도 요구했다.


신사업 계획도 일부 겹친다. 금호석화는 인수·합병(M&A)를 통해 배터리 소재, 바이오, 반도체 소재 등의 사업 영위 계획을 밝혔다. 박 상무는 배터리, 수소 사업 등 미래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주총을 앞두고 양측은 각각 배당 안건과 이사회 구성 변경, 향후 매출 목표 등 '청사진'을 놓고 우군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석화는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한 배당 확대 및 탄탄한 사외이사진 구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금호석화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박 상무가 제안한 과다 배당 요구는 장치산업을 영위하는 금호석화라는 회사에 대해 어떠한 이해도 배려도 하지 않은, 단순히 표심을 잡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박 회장의 편을 들었다.


반면 박 상무는 자사주 소각, 배당 증액, 계열사 상장, 금호리조트 인수 재검토 등을 내세우며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이 과거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최근 법무부의 취업제한 처분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인 점, 업계 타사 대비 높은 CEO 연봉 등을 지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공방전은 26일 주총 개최 직전까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기준 박찬구 회장과 자녀들인 박준경 전무, 박주형 상무의 지분을 합치면14.84%로 박철완 상무(10.0%) 보다 4.84%p 앞선다.


지분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표대결을 감안하면 최대한의 우군이 필요하다. 경영진을 제외한 금호석화 지분은 국민연금 8.16%, 자사주 18.36%, 소액주주 48.62%다.


소액주주들이 결집할 만한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은 만큼 사실상 캐스팅 보트인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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