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국방 장관, 17일 방한
역내 韓 역할 확대 주문할 듯
쿼드 의제 기후변화 등으로 확대 전망
쿼드 외연 확장 시 韓 참여 가능성
미국의 외교안보 초점이 향후 일주일간 인도·태평양 지역에 고정된다. 미국 외교·국방 수장이 한국과 일본을 연이어 찾는 가운데 역내 동맹의 더 큰 책임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미국이 쿼드(Quad)의 '반중 군사전선' 성격을 누그러뜨리고 외연을 넓히려 하고 있어 한국이 쿼드와의 거리두기 단계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10일(현지시각) 발표한 아시아 순방 일정을 살펴보면, 미 외교안보 부처는 향후 일주일간 인도·태평양 이슈에 전력할 전망이다.
우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 화상으로 개최되는 쿼드 정상회담을 통해 '아시아 집중'의 서막을 올린다. 다음날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하와이 소재 인도·태평양사령부를 찾는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15일부터 일본을 방문하고, 로이드 장관은 16일부터 17일까지 블링컨 장관과 함께 방일 일정을 소화한다.
두 장관은 17일부터는 한국을 찾아 고위급 접촉을 잇따라 갖는다. 블링컨 장관은 다음날 미국으로 떠나 18일(현지시각) 알래스카에서 중국 외교수장을 만난다. 로이드 장관은 19일까지 한국에 머무른 뒤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쿼드, 美 인도·태평양 전략 '기초'
'反中 군사전선'서 '포괄적 협력체'되나
"코로나·기후변화 논의…배타적이지 않아"
미국이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로 못 박고, 동맹 연대를 통한 중국 압박 의지를 거듭 천명해온 만큼, 미 외교안보 라인의 아시아 순방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대중 압박 동참 요구가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기초'라고 밝힌 쿼드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미국은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꾸린 안보 협력체 쿼드를 한국·베트남 등으로 확대하는 '쿼드 플러스'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쿼드를 '대중국 군사 포위망'으로 간주해 한국 참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주목할 대목은 미국이 최근 쿼드의 '반중 군사전선' 색채를 빼며 외연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악관은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참가하는 쿼드 정상회담 의제로 △코로나19 위협 △경제협력 △기후위기 등을 거론하며 "국제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사안이 논의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는 지난 10일 미국 동서센터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 개최한 웨비나에서 "쿼드가 배타적이지 않다"며 "(쿼드는)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 원칙적으로 세계 경제와 코로나19, 기후변화 대처 등 공동의 문제를 논의하는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쿼드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다"고 부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쿼드가 반중 군사전선에 국한되지 않는 '포괄적 협력체'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취임 이후 △포용성 △개방성 △투명성 △국제규범 준수라는 4대 기준에 부합할 경우 "어떤 협력체와도 협력할 수 있다"고 거듭 밝혀왔다.
만약 쿼드가 반중 군사전선이라는 기존 관심사를 넘어 보건·경제 이슈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경우, 한국이 발을 담글 만한 '공간'이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韓 쿼드 참여시…美, 韓日 중재 가능성
美, 韓日공조 통한 대북정책 수립 예고
쿼드 가입→韓日 개선→대북관여 '선순환' 꾀하나
일각에선 문 정부가 쿼드 참여를 통해 한일관계 개선, 나아가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까지 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쿼드 외연이 코로나19·기후변화 등으로 확대될 경우, 한국이 관련 이슈를 매개로 쿼드에 참여해 한일 접점을 만들어 내려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 공조를 통한 대북정책 수립을 강조해온 만큼, 신속한 대북관여를 바라는 문 정부가 평행선을 달리는 한일관계 개선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쿼드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요약하면 포괄적 협력체라는 명분을 내세워 쿼드에 참여해 미국 중재를 등에 업고 한일관계를 개선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한미일 공조를 이끌어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내퍼 부차관보는 "한국이 쿼드 플러스에 굉장히 관심 많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은 "한일관계 개선은 한미일 3개국 간 협력 틀 속에서 한일 양국이 공동 이해에 기초해 협력 모멘텀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