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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대지진 대피소서 매일 성폭행 당했다" 10년만에 드러난 만행


입력 2021.03.12 11:30 수정 2021.03.12 15:39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NHK '묻힌 목소리들'(Buried voices) 다큐 방송

피해 여성들 "성폭행 당했다" 폭로

10대·20대 피해는 40%까지 이르러

동일본대지진이 발생 10주기를 맞았다. 일본 열도를 공포로 몰아넣은 이 자연재난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일으켰고 수많은 피난민이 발생했다. 피해 복구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그 안에서 여성들이 겪었던 끔찍한 성폭행 피해가 10여년 만에 드러났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동일본대지진 10주기를 맞아 일본 NHK는 '묻힌 목소리들'(Buried voices)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오후 일본 산리쿠 연안 태평양 앞바다에서 거대 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지진의 규모는 9.0의 강진으로 일본 근대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다.


여러 차례의 여진이 발생하고 쓰나미까지 닥치면서 일본 12개 도도부현에서 1만 5899명이 사망하고, 2527명이 실종됐다. 약 40만 채의 건물이 무너지거나 완전히 파괴됐고, 22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당시 내각총리대신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65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가장 어려운 시기이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한순간에 난민이 된 사람들은 칸막이조차 없이 얇은 장판과 담요뿐인 대피소에 머물러야 했다.


대피소서 여성 상대로 일어난 성폭행 범죄


NHK 다큐멘터리에서 지진으로 남편을 잃은 한 여성은 저녁에 대피소로 음식이나 수건을 가지러 갈 때면 "대피소장이 '남편이 없어서 어떡하냐'며 노골적인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20대였던 또 다른 여성은 "대피소에 있던 남성들의 정신이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며 "어두운 곳에서 여성을 붙잡고 옷을 벗겼지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은 너무 어려서 도와줄 수 없다'며 다들 못 본 체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여성은 여러 남자에게 학대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피해 사실을 알렸다가 "죽임을 당하면 바다에 버려질까 봐 걱정했다"며 "내가 사라져도 쓰나미에 휩쓸렸다며 찾지 않을 것 같아서 아무에게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피소에 있던 여성들은 이 같은 범죄가 매일 수도 없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지난 2011년 3월 지진 피해자들에게 가족문제부터 직장 문제, 정신건강 문제 등에 대해 도움을 주기 위해 설치된 여성 전용 상담 전화 '동행 핫라인'의 상담 내용 분석 결과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의 상담내용 50% 이상이 성폭력 피해에 관한 내용이었다. 특히 10대와 20대의 피해는 40%에 달했다.


엔도 토모코 '24시 핫라인'의 사무총장은 "참사 기념일은 희생자들의 기억을 되살릴 수밖에 없어 10년 전 학대 고통이 되살아 난다"며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뉴스 보도를 통해 피해자들은 그들의 경험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여성들은 불안과 공포로 피해 회상이나 불면증에 시달려 전화 상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1년 재난에서 교훈을 얻은 만큼 전화 상담 등의 지원을 통해 여성과 아이들이 '2차 재난'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다큐멘터리 방송 이후 일본 내에서는 재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각종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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