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일본과 친선 A매치 성사 이후 쏟아지는 비난
코로나19 위험 도사리고 있는 일본서 경기 개최에 대한 불만
학습효과 없는 대한축구협회, 또 다시 선수들만 희생양?
대한축구협회가 2011년 이후 무려 10년 만에 일본과 친선 A매치를 열기로 합의한 직후 후폭풍이 거세다.
앞서 협회는 오는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한·일 국가대표팀 친선경기를 갖기로 일본축구협회와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축구 한일전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온 국민의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최고의 흥행카드로 손색이 없다.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A매치를 치르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기회가 된다면 손흥민(토트넘)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숙적 일본을 상대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제는 경기 장소가 일본이라는 점이다.
올 여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일본이지만 현지 코로나19 확산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일본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사흘 째 1000명대를 기록 중이며 누계 확진자도 45만 명을 향하고 있다. 일본 수도권의 경우 오는 21일까지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긴급사태 연장에 들어갔다.
국내보다 심각한 코로나19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으로 대표팀 선수들을 보내야 되는 상황이 축구팬들로서는 불만이다.
급기야 한일전을 취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인은 “지금 이 시국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일본 요코하마까지 끌려가 축구시합을 해야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물론 이 시국에 한일전을 수락한 협회의 상황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당초 3월 열릴 예정이었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6월로 연기되면서 대표팀은 한동안 A매치 일정이 없는 상태다. 이대로라면 벤투호는 변변한 평가전도 치르지 못하고 6월부터 열리는 실전에 나서야 되는 상황이다.
유럽파는 지난해 11월 A매치를 치른 이후 반년 넘게 동료들과 손발도 맞추지 못하고 2차 예선에 나서야 한다. 그나마 한일전이라도 열려야 파울루 벤투 감독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코로나19 위험 속에서도 네이션스리그를 치렀다. 유럽은 같은 대륙 내에서 A매치를 열고 있는데 같은 아시아권인 한국과 일본도 경기를 치르는 것이 그리 부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학습 효과가 전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유럽 원정에 나섰다가 황희찬(RB라이프치히), 권창훈(프라이부르크), 황인범(루빈카잔), 이동준, 조현우(이상 울산현대), 김문환(로스앤젤레스FC), 나상호(FC서울)와 스태프 등 총 1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황희찬의 경우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리며 소속팀 주전 경쟁에 큰 차질을 빚었고, 조현우는 울산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일정에 함께 하지 못했다. 일을 추진하는 것은 협회지만 희생은 오롯이 선수들과 소속 구단이 감내해야 한다.
더군다나 협회는 여건이 된다면 이번 한일전에 손흥민 등 유럽파들까지 총동원할 계획이다. 이 한 경기를 위해 유럽파들이 장시간 비행은 물론 확진 위험과 자가격리 부담까지 무릅쓰고 와야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K리거들에게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해야 되고, 피할 수 없는 한일전이라면 손흥민 없이 하는 것은 어떨까.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되는 한일전이지만 지금 선수들의 안전보다 더 중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