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이용자 보호 선행이 우선
관련 조사 진행 중...법 위반 사항 철저히 조치 예정
공정위법 과도한 개인정보 제공엔 "협의 통해 침해 우려 해소"
“아무리 바빠도 실을 바늘허리에 메서 쓸 수는 없다. 해야 할 것부터 잘하면서 활용 계기를 모색하는 게 일의 순서다.”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문제를 두고 기술보다 정보보호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이용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윤종인 위원장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루다 사태가 혁신적이고 편리한 기술이라도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되지 못하면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고 윤리적 측면에서도 대응해야 한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정보위는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대응권’을 2차 보호법 개정에 신설하고 AI 등에 대응해 정보주체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AI 서비스 개인정보보호 수칙 오는 3월 말 발표
윤 위원장은 현재 이루다 관련 조사가 진행 중으로 심도있는 검토 후 현행법상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루다는 ‘스캐터랩’이라는 스타트업(신생벤처)이 20세 여대생을 모델로 개발한 AI 채팅로봇으로 이용자들의 혐오·차별적인 표현, 성희롱성 발언 등으로 학습돼 AI의 윤리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왔다. 스캐터랩이 이루다 학습을 위해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대화를 무단으로 활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지난 1월 12일 이루다 관련 사실조사에 착수한 뒤 자료제출 요구에 이어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는 "이루다 관련 제출받은 자료 등을 토대로 내부 검토를 진행 중으로 이를 조속히 완료할 계획"이라며 "AI 서비스의 개인정보보호 수칙`을 마련해 3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위는 이와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AI 분야 사업자가 기술·서비스 개발·운영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과 국내외 주요 원칙 등에 따라 준수해야 할 ‘AI 서비스의 개인정보보호 수칙’을 마련해 공유·확산시킬 예정이다.
윤 위원장은 "개인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의결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에 따라 늦어질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 빨리 마련하려고 한다”며 “처음 만드는 가이드라인이어서 100%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최대한 많은 내용을 정리해 기업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고 덧붙였다.
◆ AI 전담조직·인력·예산 등 생태계 기반 조성 인프라 구축
윤 위원장은 “관계부처와 협력해 AI 관련 개인정보보호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암호화 기술 등 보호역량 강화 지원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AI 관련 전담조직·인력·예산 등 AI 개인정보보호 생태계 기반조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에 들어간 과징금에 대한 산업계 반발과 관련해서는 의견수렴 결과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개정안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시 과징금 부과 기준을 위법 행위 연관 매출에서 전체 연매출의 최대 3%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제재규정 정비 방향은 개인에 대한 형벌 위험은 줄이면서 이와 연계하여 의도적·반복적인 법 위반 기업에 대한 경제적 제재는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산업계·시민단체의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과징금 산정 시 비례성과 효과성을 고려하도록 법에 명확히 규정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 올해 가명정보 활성화 원년으로…다양한 노력 추진
올해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 지정·운영과 관련 운영 계획에 대해서는 “결합전문기관 준비가 완료된 기업·기관은 언제든지 지정을 신청할 수 있는 상시 신청·접수로 운영되고 있다”며 “올해를 가명정보 활성화의 원년으로 삼고자 다양한 노력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들어 소비자간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의 경우 이용자 신상이 상대방에게 넘어가면서 정보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윤 위원장은 “분쟁 발생시 소비자에게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공정위와 협의를 진행해 정보주체의 사생활·권리 침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