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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메모리즈㉑] 유아인의 영감 김윤석, ‘완득이’와 ‘모가디슈’


입력 2021.03.19 13:57 수정 2021.03.19 13:57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배우 김윤석 ⓒ영화 '완득이' 스틸컷. 이하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여기 계신 많은 선배님께 많은 것들을 배웠고 여러분들이 제 영감이었다. 제가 배우로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오랫동안 제 앞을 지켜주셨던 분들이다.”


배우 유아인이 지난 2월 9일 열린 제41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소리도 없이’로 남우주연상을 받고 한 말의 일부다. 순전히 주관적 연상으로, 그 선배들 가운데 김윤석을 생각했다. 10년 전 영화 ‘완득이’(감독 이한, 제작 유비유필름·어나더무비스, 배급 CJ엔터테인먼트)에서 ‘김동주 담임선생님’ 김윤석과 ‘완득이’ 유아인의 생생한 호흡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빚은 연상이다.


김윤석도 유아인도 스태프고 함께 웃는 영화 '완득이' 촬영현장 ⓒ

스승과 제자가 주인공이어선지 유아인의 고교 1년 자퇴(이후 검정고시로 고교 학력 취득)에 대해 질문이 많았다. 당시 김윤석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막연히 걱정한 바가 있었다. 하지만 함께 연기해 보고, 만일 가야 하는 게 연기 전공의 대학이라면 학교에서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할 만큼 잘하기에 걱정을 내려놨다. 연기 하나만 놓고 보면 유아인은 연기 전공 대학생 정도가 아니라 교수급이다. 누구나 그렇듯 나름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아인이라면 잘 헤쳐나가리라 생각한다”는 극찬으로 답을 대신했다.


영화 ‘추격자’(제작 영화사비단길, 배급 쇼박스, 2008) 나홍진 감독의 표현처럼 ‘연기 마스터’라 불리는 김윤석의 인정과 존중, 20대 중반의 유아인에게 ‘힘’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또 현장에서 김윤석을 본 것도 자연스럽게 공부가 됐을 것이다. 스펀지처럼 세상의 에너지와 상대 배우의 장점을 제 안으로 빨아들여 자기 것으로 아우르는 유아인이 아닌가.


오른쪽부터 배우 박수영, 유아인, 김영재 ⓒ영화 '완득이' 스틸컷

‘완득이’ 시절 김윤석의 ‘선배 행보’는 유아인에 국한하지 않는다. 척추장애 아버지를 연기한 배우 박수영(드라마 ‘청춘기록’에서 박보검이 맡은 혜준의 아버지 사영남), 발달장애 삼촌 민구 역의 김영재(‘비밀의 숲2’ 김사현 검사) 등의 조·단역 배우와 영화에 관한 토론으로 이해를 깊게 하고 함께 연기 연습을 하고, 장면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곤 했다. 끝나면 소주 한잔 걸치며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워낙 잘하는 배우도 있지만, 아직 덜 여문 후배들과 ‘함께 업그레이드’를 도모했다. 영화를 위해서였다. 후배 연기자들에게도 공부가 되고 약이 됐으리라.


10년 전 기억에서 현재로 돌아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극장 수요가 급감, 200억원대 대작이 OTT(Over The Top) TV로 직행하기도 하고, 이제나저제나 개봉 시기를 살피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의 기대작’ 1위에 뽑힌 영화 ‘모가디슈’(제작 외유내강,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도 그중 하나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가 함께해 기대감이 높다.


진지하게, 충실하게 붐마이크를 들고 선 김윤석 ⓒ영화 '완득이' 촬영현장

1990년대 소말리아(수도 모가디슈) 내전에 고립된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 실화를 바탕으로, ‘미션 임파서블’ 등과 같은 해외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나 만나던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에서 모든 촬영이 진행돼 이국적 풍광을 기대케 한다. 액션 명장 류승완 감독이 아름다운 색채의 좁디좁은 골목들에서 어떤 장면들을 연출해 냈을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출퇴근할 수 없는 곳에서 가족과 떨어져 촬영에 임한 배우들은 어떻게 지냈을지도 궁금했다.


‘모가디슈’의 제작사 외유내강 관계자는 “모두 성격이 둥글둥글해서 폐쇄돼 있다는 느낌 없이 원활하게 촬영이 진행됐다. 조인성 배우가 특유의 귀여움과 친근함으로 막내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김윤석 배우가 촬영이 끝난 뒤 고기를 사와 구워 주고 음식을 해 먹였다. 덕분에 조금은 더 집 같은, 가족 같은 분위기가 됐다. 주연의 역할이라는 게 연기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시키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몰입 독서가 잘 어울리는 배우 김윤석. 영화 '해무' 스틸컷 ⓒ㈜NEW 제공

또 다른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더 충격이 컸던 건 촬영에 임하는 배우 김윤석의 태도였다”면서 “연기 잘하기로 정평이 난 배우다 보니 조금은 헐렁하고 유연하게 현장을 즐길 줄 알았다. 그런데 촬영 전에 어디 계신가 찾아보면 한구석에 앉아 대본을 보고 또 보고 있더라. 책이 너덜너덜할 정도로 들여다보며 외우고 또 외우더라. 아, 저래서 연기를 잘하는구나! 배우의 초심, 긴장을 놓지 않는 모습에 좀 숙연해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꽤 오랫동안 영화 일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 사람을 봤던가, 존경심이 절로 일었다”고 밝혔다.


김윤석은 촬영장에 오기 전에, 아니 영화 촬영 자체가 시작되기도 전에 작품에 관한 연구와 분석을 마쳤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촬영 직전까지 다시금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 빼곡하게 적어 놓은 것들을 보며 스스로 상기시켰을 것이다. 카메라가 돌면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능청맞게 연기하는 김윤석이지만 그 직전까지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기 의심’을 놓지 않는 태도, 그것이 명배우를 만들었다.


촬영장에서 더욱 빛나는 배우 김윤석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스틸컷 ⓒ㈜쇼박스 제공

‘모가디슈’를 올여름 극장에서 볼 수 있을까. 최고의 화면 장악력을 지닌 배우 허준호, 더 많은 것을 가진 것 같아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맛보고 싶은 목마름을 안기는 배우 조인성, 하늘을 떠받치는 아틀라스처럼 작품 자체를 떠받치는 주연의 무게를 기꺼이 짊어지는 배우 김윤석과 류승완 감독이 어우러진 결과물을 어서 보고 싶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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