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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희 님, 연기 이렇게 잘해도 되는 겁니까…‘가족계획’ ‘검은 수녀들’ 시선강탈 [D:PICK]


입력 2025.02.25 14:02 수정 2025.02.25 14:02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배우 김국희 ⓒ쿠팡플레이 제공

열연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광기 어린 연기, 말 그대로 미친 연기, 마치 가상의 캐릭터에 혼이라도 있는 듯 그 영혼이 빙의된 것처럼 연기한다. ‘광연’이라는 표현, 내 마음대로 조어를 하고 싶을 지경이다. 배우 김국희 얘기다.


영화 ‘나를 죽여줘’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국희가 언제 연기 못한 적 있나, 없다. 2008년 ‘지하철 1호선’(연출 김민기)으로 시작한 공연 얘기는 말할 것도 없고, 2017년 영화 ‘원라인’(감독 양경모)에 단역으로 나왔을 때부터 주야장천 잘했다. 우선 음색이 특이하고, 딕션이 널 뛰듯 톡톡 튀고, 눈빛이 강렬하다. 그런데 그 넘치는 개성을 주어진 배역의 크기와 성격에 맞게 잘도 변주하고 잘도 감춘다.


배역이 커지고 카메라가 자신에게 오래 머무르자 잘한다는 표현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그냥 그 캐릭터가 되어 웃고 울고, 지적이다가 천박했다가, 차가웠다 따뜻했다, 걸어 다니고 뛰어다니고, 밀어냈다가 안겨 온다. 표현하는 김국희도 미쳤고, 보는 우리도 미치겠는 연기를 한다. 진짜 미쳤다.


드라마 ‘가족계획’ 스틸컷 ⓒ쿠팡플레이 제공

더 미칠 수가 있을까 했더니 기자의 얕은 안목에 ‘흥~’ 하듯 입이 떡 벌어지는 연기를 눈앞에 데려온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가족계획’(감독 김곡‧김선, 각본 김정민, 제작 키이스트‧오디너리젬, 채널 쿠팡플레이)이 먼저였고, 영화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 제작 영화사 집, 배급 ㈜NEW)이 연이어다.


감히 뭐라 표현하겠는가. 남자도 보는 이마다 취하고, 내 새끼는 목숨보다 귀하되 남의 새끼는 파리 목숨보다 하찮은 오길자 님. ‘님’ 소리가 절로 나오게 두려운 사람, 절대 나랑 엮일 일 없고 싶은 인간을 리얼하게 탄생시켰다. 가해자일 때만 잘하는 게 아니고 타인의 기억을 자유자재로 편집하는 영수(배두나 분)에게 당할 때도 최고로 잘 당한다. 실감 나게 당한다. 끝내준다.


영화 ‘검은 수녀들’ 무당 효원 ⓒ㈜NEW 제공

그렇게 드라마 ‘가족계획’을 통해 김국희 연기의 절정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보통 절정 뒤에는 자연스레 곡선이 하향을 그리고 마련인데,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한 번 더 최고조로 달아오른다. 심지어 길지 않은 출연인데도 단박에 보는 이의 멱살을 잡고 제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냥 무당이다. 와!


참, 기자라는 직업을 무색하게 하는 배우, 김국희다. 겨우 ‘끝내준다’ ‘와!’ 정도밖에 쓸 말이 없게 하는 연기다. 푸근한 겉과 야비한 속이 전혀 다른 오길자와 수녀 출신 무당 효원, 강렬한 만큼 인위적 캐릭터로 보이기 십상인데 캐릭터 같지 않다, 진짜 그 사람이다. 이 정도 되면 연기 인생의 절정, 정점은 의미 없다. 배우 김국희는 계속해서 또 다른 절정, 또 다른 고점을 생성하며 배우 인생 그래프를 그려나갈 것이다.


배우 김국희 ⓒ에일리언컴퍼니 제공

이 무서운 배우와 끄떡없이 협연한 배우들도 대단하다. ‘가족계획’의 배두나는 이번에도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했는데 여전히 완성도가 높고. 강렬함을 벗은 류승범은 이제 사랑이 뭔지 제대로 아는 남편, 간섭보다 우정으로 다가서는 아빠가 어울리는 따스한 남자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백윤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하는 특유의 연기 아우라로 작품을 떠받친다. 깡패 두목 조해팔 역의 유승목, 두 얼굴의 목사 역에 남윤호는 물론이고. ‘신예들이 어찌 이리 잘하나’ 싶은 지훈 역의 로몬과 지우 역의 이수현도 눈길을 붙든다. 연쇄살인마 역의 김중희, 그놈 잡는 형사 역의 김정현 등 모든 캐스팅이 만족스럽다.


드라마 ‘더 글로리’ 문동은에서 영화 ‘검은 수녀들’ 유니아 수녀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송혜교, 정평이 난 연기력으로 작품을 업그레이드시키되 주연 송혜교의 영역엔 결코 침범하지 않는 영민함을 보인 전여빈, 순수한 소년과 악마의 현현을 순조롭게 연기한 문우진 역시 호평받아 마땅한 ‘검은 수녀들’의 배우들이다.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가족계획’ 그리고 오길자 여사 ⓒ쿠팡플레이 제공

‘검은 수녀들’은 영화 말미에서 강동원과 전여빈이 주축이 된 2편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가족계획’은 어떨까. 당연히 나와야 한다, 열혈팬이 된 시청자들의 중론이다. ‘2025 시리즈 마니아 페스티벌’ 국제 파노라마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될 만큼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현재, 시즌 2가 나오지 않는다면 쿠팡플레이 스스로 선택한 신선한 소재-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새롭게 맛본 재미에 빠져들게 하고선 뒷감당은 하지 않겠다는 “배신이야, 배신”.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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