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없어요…오히려 호가 올린 매물도 수두룩"
"하락은 없다"…6월 이후 '노도강' 다시 움직일 가능성
"또 이러다 말겠죠. 공급 정책과 공시가 상승으로 1000만~2000만원 정도 저렴하게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도 있긴 해요. 하지만 딱 그 정도지 언론에서 얘기가 나오는 것처럼 크게 조정받거나 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에요. 급매도 없고 호가에도 크게 변화가 없습니다."
지난 24일 만난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시장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공시가 상승과 3기 신도시 여파로 집값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그런 분위기를 확인하긴 쉽지 않았다.
일대 공인중개업소를 돌아봐도 '급매'라고 적힌 매물 홍보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 가격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호가를 올린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날 만난 공인중개사들은 주택 가격에는 변동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대수 신세계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현재 상계주공7단지 등에서 나온 급매물은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인근 부동산도 마찬가지일 것. 이전 가격과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해당 단지 전용면적 45.9㎡는 지난 12일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월 실거래가가 6억18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사이에 7000만원이 떨어졌다. 일각에선 해당 거래를 노원구의 조정 신호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비슷한 가격대의 매물이 없었다. 해당 평형대는 최저가가 6억원 대 였고, 비싼 매물은 7억원에 나오기도 했다.
유성현 부자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수천만원이 떨어졌다고 기사가 나온 매물은 한달 전 거래된 매물이다. 현재는 그 가격대의 매물이 아예 없다"며 "최저가가 6억원 대에 형성된 상황이다. 시세 보다 1000만~2000만원만 낮아도 바로 팔려나가는데,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겠냐"고 말했다.
인근의 중계동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공급 대책과 공시가 급등이 맞물리면서 집주인들 사이에서 동요가 없었냐는 질문에 "별로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가격을 낮추기 보다 안 팔리면 팔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올해 서울 25개 구 중 17개 구의 공시가격 인상률이 20%를 넘었다. 노원구(34.66%)와 도봉구(26.19%), 강북구(22.37%) 등 강북지역의 공시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강남권(강남구13.96%, 서초구 13.53%, 송파구 19.22%)을 웃돈다.
중계동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시가 급등에 놀라긴 했지만, 그렇다고 집을 저렴하게 내놓겠다는 집주인들은 하나도 없었다"며 "앞으로도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3기 신도시 등 공급대책 발표에 매수자들이 끊겼다는 보도도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사실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중계동의 C 공인중개사는 "예전보다는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매수세가 끊겼다라고는 보기 힘들다"며 "LH 사태도 그렇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 남았는데, 언제 공급될 줄 알고 집을 안 사고 버티겠나. 조금 과장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지역 업자들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김학렬(필명 빠숑)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 두건 낮은 금액의 거래로 해당 지역의 하락을 논할 수는 없다"며 "다만 4~5월은 관망세로 시장이 움직이되, 그 이후는 시장이 다시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찰이 필요한 것이 아니면 집을 굳이 싸게 팔 이유는 없다"며 "대세하락이 되려면 매물이 나와도 시장 흡수가 안되고 계속 매물이 쌓여야 하지만 현재 시장은 그렇지 않다. 관망세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하락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봄 부터 다시 상승장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는 다른 진단도 있다. 고가주택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중저가 지역의 경우에는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라, 지속적인 우상향을 그리긴 힘들다. 조정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예전처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서울의 집값을 리딩하는 모습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세 기준일 이후에는 다시 집값이 상승할 수는 있지만, 예전처럼 급등 수준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