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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품격③] '귀 호강' 영화란 이런 것


입력 2021.03.25 13:57 수정 2021.03.25 14:00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류지윤 기자

‘싱 스트리트’(Sing Street)

<편집자 주> 명작은 시대가 흘러도 명작입니다. 대중과 첫 만남 당시에는 빛을 보지 못한 작품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작품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때론 세세하게 때론 개인적으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집안 사정으로 전학을 가게 된 코너(페리다 월시-필로 분)는 학교 앞에서 라피나(루시 보인턴 분)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라피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코너는 밴드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급기야 뮤직비디오 출연까지 제안한다. 이후 코너는 어설픈 멤버들을 모아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를 급 결성하고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형 브랜든(잭 라이너 분)의 도움과 친구들의 참여로 밴드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라피나 역시 이들의 찍는 뮤직비디오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급기야 인생 첫 콘서트까지 개최하는데, 대형 사고를 치고 만다. 코너와 라피나는 자신들의 꿈을 찾아 런던을 가기로 결심한다.(줄거리)


유명준 : ‘릴리슈슈의 모든 것’에 이어 두 번째 성장기 영화네요. 물론 ‘릴리슈슈’에 비해서는 많이 밝아요. 나중에 콘서트 장면 등은 판타지에 가까운 느낌도 주고요. 존 카니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 일부러 밝게 만들었을 수도 있고요.


홍종선 : 악이라는 게 치유의 힘이 있는데, 청춘 역시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충전을 시켜 준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고나서 힘이 솟는 느낌이랄까.


류지윤 : 이 영화는 민트색 청춘 이야기 같아요. 포스터 컬러 때문인가.


유명준 : 사실 주인공 코너나 라피나의 사정을 보면 어두운데, 음악과 청춘들의 이야기라는 것 때문에 밝게 느껴진 거 같아요. 부모님은 이혼하고 형은 사실상 실업자이고, 집은 넘어가고. 라피나는 사기 당하고.


홍종선 : 맞아, 주인공들이 다니는 학교나 집안 환경, 불확실한 미래 등 모든 게 녹록치 않은데 음악 속에서 청춘의 불꽃을 일으키니 주변이 환하네요. 주인공의 나이가 주목됐어요. 코너는 16살, 라피나는 17살. 나는 저 나이에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아니 지금 역시 되돌아보지 않고 직진하고 있는가라는 자문. 노래에서 말하잖아요. ‘되돌아보지 마.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사실 우리는 되돌아보느라 오늘을 살지 못할 때가 많잖아요.


유명준 : 영화 초반에 사회 분위기를 말하면서 시작한 것이 그 나이인데도 저렇게 한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일 수도요. 1985년 저 당시 아일랜드 경제가 사실상 파탄 나서 영국으로 다들 도피하던 시대잖아요. 카메라가 흔들리는 것도 현실이 힘들다는 거 보여주려는 느낌도 있었고, 이를 통해 거기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죠.


홍종선 : 그 힘겨움 속에서 혼자 있지 않고 밴드를 계기로 함께 모이니 우선 극복의 힘이 된 것 같고. 가사를 쓰고,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하는 과정이 그들에게 큰 에너지와 삶의 용기를 줬다는 생각이 들고요. ‘어거스트 러쉬’는 천재 소년의 재능이 주는 감동이 있었는데, 기막힌 스토리도 한몫했지만 ‘싱 스트리트’에선 틴에이저들의 재기발랄함이 주는 에너지가 무척 컸어요.


류지윤 : 그런데 그걸 음악으로 풀어서 성장담을 조금 더 즐겁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노래가 다 명곡.


홍종선 : 존 카니 감독의 ‘어거스트 러쉬


유명준 : 존 카니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보셨는지? 흔히들 ‘원스’는 독립영화, ‘비긴어게인’은 조금 상업적으로 발전, ‘싱 스트리트’는 대놓고 대중성 노린 것이라 보는데.


홍종선 : 아, 나는 대중적이라는 느낌보다 오히려 더 독립영화적 개성을 봤는데요.


류지윤 : 전 (‘비긴 어게인’보다) ‘싱 스트리트’가 더 재기발랄하고 음악도 더 취향이라 그쪽이 좋았어요. 그리고 캐릭터들이 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홍종선 : 저도 ‘싱 스트리트’가 참 좋네요.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잘하기도 하지만, 뭔가 더 진정성 있게 전하는 무엇이 있는 것 같아요.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처럼.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좋았는지를 오늘 알게 됐네요. 자전적 스토리라는 것


류지윤 : 영화를 다시 보면서 이번에 형 브랜든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어요.


홍종선 : 나도 형 브랜든에게 눈길이 많이 갔어요. 장남의 무게를 제대로 보여줬다 싶은데. 내가 혼자 6년을 앞서가며 닦아놓은 길을 네가 좀 더 편히 걸은 거다. 이렇게.


류지윤 : 네 맞아요. 그리고 동생은 꿈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에서 응원해주는데 벅차면서도 좀 씁쓸하다고 해야 하나.


홍종선 : 장남의 무게. 선배나 부모의 길. 조금은 공통점이 있지 않나 싶은. 그러니까 동생 배 타고 떠날 때 진심 기뻐해 준 뒤, 차안에서 유훕 하면서도 뭔가 행복한 슬픔이 보였어요. 애잔.


유명준 : 장남으로 형 역할을 하는 입장에서 브랜든 같은 형이 있으면, 딱 저때까지만 좋아할 듯요..


홍종선 : 그 뒤에 형도 뭔가 시작하지 않을까. 음악에 대한 조예는 형이 더 깊은 것 같던데


유명준 : 음악 바(BAR)를 열었을 수도요.


홍종선 : 어렸을 때 세계여행 가기 못 갈 때... 영화를 통해 다른 나라를 조금은 알게 되잖아요. ‘아일랜드에 대해선 너무 모른다’라는 생각을 이번에 많이 했어요.


류지윤 : 둘이 떠난 런던에서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마냥 꽃길은 아니겠지만요. 저 나이에 만나서 결말을 맺는 것도 하나의 기적.


유명준 : 런던. 난 둘이 헤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홍종선 : 둘이 헤어졌어도 좋은 만남. 인생을 새로 시작할 힘에 있어서 사랑만큼 큰 게 없는데. 떠나게 해 주었으니 서로에게.


류지윤 : 선배님들의 런던은 어디신지.


홍종선 : 나는 노후에 강원도 바닷가에서 살고 싶어요. 강릉. 바다도 있는데 문학 활동도 활발하고 이제 영화제도 생겼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있어요. 거기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파.


유명준 : 일을 떠나서 어디를 간다면, 전 제주도.


류지윤 : 전 안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본겁니다.


홍종선 : 요즘 친구들 만나면, 넌 노후에 뭐하며 살고 싶어를 물어요. 놀랍게도 올해부터 갑자기. 그런데 그게 생계 해결책이 아니라, 너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야? 라는 질문이에요. ‘나는 하고 싶은 걸 하고 살고 있나’를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류지윤 : 그 생각의 답은 없는건가요? 평생의 고민인 듯요.


홍종선 : 음. 답은 있어요, 사실 명확히. 그런데 떠나지 못할 이유.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할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서 그 안에 날 가두는 거죠. ‘먹고사는 거 거기서 거기야 그럴 거면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자’를 실천할 수 있다면 그건 초로의 노년이 된 거라 생각해요.


홍종선 : 코너는 글(가사)를 써서 사랑을 얻었는데.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우선 자신 얘기부터 쓰는 일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류지윤 : 어떤 건 써서 붙들어놓지 않으면 날아가 버리더라고요. 떠올리고 싶은 감정이나 상황들이 세세히 기억이 안나버려서 아쉬울 때가 많아요.


홍종선 : 드라마 ‘겨우, 서른’에서도 샤오친이 인터넷에 올린 자신의 얘기를 소재로 한 소설이 인기를 끌어 백화점 및 건물 홍보직에서 작가가 되죠.


유명준 : 핸드폰을 들고 다니면 더 잘 쓸 줄 알지만, 오히려 다이어리 들고 다닐 때 보다 더 안 쓰는.


홍종선 : 맞아 다이어리라는 실체가 주는 분위기도 중요하다는 생각. 그걸 열고 펜을 들었을 때 나오는 생각들이 좀 다르다고 할까. 무엇을 담는 적정한 용기는 언제나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사실 메시지라는 것이 어떤 매체에 담기느냐가 중요해요. 메시지를 싣는 비히클(탈 것)이 중요하듯.


유명준 : 전 아직도 영화에서, 즉 아일랜드에서 학생들이 왜 자꾸 그 ‘게이’ 이야기를 하는지. 그 나라에서 조롱으로 쓰는 거 같은데 뭔가 와닿지 않아요.


홍종선 : 그러게. 그 문화를 전혀 몰라서. 아일랜드에 대해 잘 모르니. 카톨릭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있는 것 같고. 일상 대화들을 보니.


유명준 : 그런데 카톨릭 학교가 너무 무능하고 이상하고.


류지윤 : 누가 거긴 미션스쿨이 아니라, 액션스쿨이라던데요.


유명준 : ‘싱 스트리트’도 그렇지만, 그 나라 역사와 문화를 알지 못하면 어떤 영화든 100% 이해하기 힘들겠구나 생각하는데. 생각해보면 외국인들이 ‘기생충’ 보면 저런 느낌일까 하는.


홍종선 : 그나마 계층으로 불리는 실질적인 계급차, 빈부차는 어디든 있으니 대중적이지만, 세세한 문화나 말들은 잘 모를 듯. 칸에서 ‘기생충’ 볼 때도, 외국인과 한국인과 다른 지점에서 웃더라고요.


유명준 : 아일랜드를 알게 되면 ‘싱 스트리트’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싱 스트리트’는>


홍종선 :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한 권의 공책, 내 마음에 맞는 음악이 있다면 삶은 더 풍성해진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악기를 가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


류지윤 : 코너가 되고 싶은 이 시대의 브렌든을 위하여! 나만의 런던은 어디일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잠깐 설렜던 영화입니다!


유명준 : 시대와 화면은 뭔가 우울한데, 밝은 에너지와 탈출 의지를 주는 영화. 물론 주위 상황 잘 봐야하겠지만.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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