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두 규제 모두 확정 아냐, 논의할 사안”
외식업계 “존폐 위기에 규제까지 더해져 죽을 맛”
외식업계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입은데다, 정부의 ‘규제 대못’까지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사자들은 지난해 보다 올해 더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30일 외식 및 주류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주류 광고 금지 범위를 현행 건물 외벽이나 전광판 등에서 자영업자 간판과 외부 홍보물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다. 간판, 현수막, 벽보 등 외부로 노출된 광고 전체가 규제 대상이다.
주류 규제 외에도 정부는 음식점 메뉴의 원산지를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현행법에 따라 음식점에서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는 품목은 9개인데, 여기에 양파, 마늘 등 6개 품목을 더하는 방안이 검토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음식점 원산지 표시 품목이 너무 많으면 소비자에 전달이 잘 되지 않고, 업주에게도 부담이 되는 규제가 될 수 있어 당장 6가지 품목을 모두 추가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간을 가지고 타당성을 검토한 뒤 우선순위를 따져 순차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외식업계는 벌써부터 우려가 크다. 주류와 김치 등 식품 모두를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 시행시 직접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주류 광고 간판을 교체하는 등의 비용 부담도 문제지만, 원산시 표시 확대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산지 표시 품목이 많아질 수록 소비자는 보다 현명하게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게 되지만, 최근 중국산 식자재에 대한 불신이 커진 만큼 과다한 정보 노출이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식자재를 국산으로 대체 하기는 비용 부담 측면에서 쉽지 않다.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광고 간판을 교체하거나 고치는 비용이 추가로 들게 돼 부담이다”며 “어려운 상황을 너무 몰라준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김치찌개 집을 운영하는 B씨도 “국산 김치가 좋은 것은 알지만 중국산에 비해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낸다. 국내산 김치를 쓰는 업체들도 고춧가루 마늘 등은 전부 국내산을 쓰진 않는 것으로 안다”며 “재료 부담으로 김치 찌개를 대신해 다른걸 팔아볼까도 싶다”고 하소연했다.
지속되는 거리두기 역시 업계를 고사 직전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해 부터 연장만 수 개월째 거듭되고 있는 데다, 종료 여부 역시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어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오프라인 매출이 절대적인 외식업계는 상황을 이해 하지만 답답할 수 밖에 없다. 일부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을 통해 어려움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만, 매장 취식 금지에 따른 매출 하락폭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접종률이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점도 외식업계 근심을 더한다. 백신 접종 이후 경제 활성화를 기대했으나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서다.
한 프랜차이즈 외식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거리두기 상향 발표 때 2주라고 해서 그동안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견뎠는데 벌써 몇 달째 인지 기억도 안난다”며 “거리두기가 언제 종료될지 모르고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속이 타들어 간다. 이게 맞는 방향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백신 접종이 완료돼 집단 면역이 생기면 지난해 보다 경제 상황이 나아질거라는 기대감이 어느정도 있었으나, 오히려 지난해 보다 힘들어지는 것 같다”며 “코로나 사태 하나만으로도 힘든데 규제까지 더해지니 그저 현 상황이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