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강도적 주장 펴는 美를 빼닮은 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에 비유하며 조롱하고 나섰다.
김 부부장은 30일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명의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초보적인 논리도, 체면도 상실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남·대미 사업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 부부장이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분계선 너머 남녘땅에서 울려나오는 잡다한 소리들을 접할 때마다 아연해짐을 금할 수 없다"며 "특히 남조선 집권자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우리에 대해 뭐라고 할 때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한 데 대해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해당 기념식에서 "저는 북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국민 여러분 모두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지금은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었다.
김 부부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당당한 우리의 자주권에 속하는 국방력 강화 조치"라며 과거 문 대통령이 신형 탄도미사일을 시찰한 뒤 발언한 내용을 문제 삼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3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 사거리 800㎞·탄두 중량 2t의 신형 탄도미사일 '현무-4'를 시찰한 뒤 "이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충분한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지난해 발언이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와 "너무나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순된 연설"이라며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조선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보적인 논리도, 체면도 상실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김 부부장은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문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주어도 노여울 것은 없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추가 도발 위한 명분 축적 나선 듯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 필요성 거론하는 남측에 거듭 선을 긋고 있다며, 향후 대남공세를 통한 대미압박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현시점에 남한과 대화 의사가 없음을 재차 확인한 담화"라며 "문 대통령의 작년 발언까지 인용해 공격한 것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성발사 등 향후 점증될 수 있는 위기국면에서 '자위권 논리'로 대응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자위권 차원에서 정당화하고 남한에 대한 무력 공세 가능성도 열어뒀다"며 "'김여정 담화'는 8차 당대회를 통해 북한이 공포한 '국방과학 정책 관철'의 지속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당시 밝힌 무기체계가 광범위하다"며 "향후 다양한 무력시위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동시에 대남 공세를 강화함으로써 필요시 한반도 긴장을 고조 시켜 미국을 압박하는 전술도 예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