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文정부 반부패정책협의 긴급 점검] 부동산 부패 청산, 실효성 있나


입력 2021.03.30 15:00 수정 2021.03.30 14:50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머메드급' 대책에 '행정력 낭비' 문제 지적

촘촘한 법망 만들어도 '차명 투기'는 못 막아

靑, 대책 효과 없으면 '민심 이반'도 못 막는다

지난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 공화국. 근본적 대개혁이 필요합니다' 민중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문재인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대규모 땅투기 의혹으로 드러난 공직사회의 부동산 투기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공직자들이 편법이나 꼼수로 투기를 하는 경우 '패가망신' 수준의 처벌을 내린다는 강력한 대책이 포함됐다. 그러나 그간 문 정부가 투기 관련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현상이 반복되다보니 이번에도 말뿐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29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직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예방적발·처벌·환수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 규모를 2배 확대해 1500명 이상으로 하고,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 수사관을 투입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같은 대규모 정책에 제일 먼저 지적되는 것은 '과잉 규제'와 '행정력 낭비'의 문제다. '전체 공직자 재산등록'과 같은 경우, 6급 이하의 경우 업무 관련자가 아니면 부동산 정책과 관계가 없어 보여주기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전문가 출신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770명 매머드급 합수본을 출범시킨다고 적극 홍보한 게 언젠데, 이젠 2000명이냐"며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젠지, 왜 수사를 망치게 될 고집을 애초 부렸는지 가타부타 설명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촘촘하게 법망을 만들더라도 형제자매나 배우자의 친인척, 친구 등의 명의를 빌려 차명으로 투기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인사혁신처 재산등록 대상은 23만명에서 7만명이 추가돼 30만명으로 늘어난다. 자체 재산등록 대상도 130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재산을 등록하고, 관리하는 데에도 행정 비용이 요구될뿐더러 모든 이들의 '차명 투기'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차명투자까지 적발하려면 공무원 재산등록 대상은 가족과 친지 등 친인척까지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책에 대해선 '위헌' 논란도 나온다. 부당 투기이익 환수를 위한 소급 입법의 경우 법조계는 물론 국회 내에서도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靑, 선거 앞두고 '민심 이반 차단' 할 수 있을까
野 "청와대 각료 투기부터 차단하라" 날 선 반응


이에 따라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심 이반을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실현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문재인 대통령의 양산 농지 논란을 포함해 다수의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부동산 투기'와 관련한 의혹을 수차례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야당에서는 문 정부의 대책을 두고 '허탈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배준영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30일 "바보들아, 문제는 청와대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바로 이 문제를 지적했다.


배 대변인은 전셋값 인상률을 제한하는 법 통과 직전 자신의 강남 아파트 전셋값을 14% 인상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 언급하며 "급하긴 급했나 보다. 정부는 공교롭게도 어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통해 대대적인 투기사범 사냥을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부패정책회의의 서슬은 시퍼랬다. 하지만 영(令)이 설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의 양산 농지가 대지로 변경돼 약 3억5000만원의 추가 이득이 생겼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회의에서, "농지 취득 심사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하셨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대통령의 처남은 그린벨드 수용으로 약 47억원의 토지보상 차익을, 전직 대변인도 거액대출 받고 흑석동에서 재개발 대상 상가를 샀다. 최근엔 LH 정보로 신도시 땅에 투기한 청와대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투기 소굴 같은 청와대 안에 또 제2, 제3의 김상조가 있는데, 투기꾼 사냥을 최전선에서 설 낯이 있나"라고 직격했다.


김은혜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전날 논평에서 "문 대통령이 밝힌 부동산 부패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문재인 정권'"이라며 "이 진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한, 회의를 백 번 천 번 한들, 또 뒤늦은 검찰동원령을 내린들, 국민들에겐 다급한 선거용 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슬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