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방사화학실험실 건물서 연기 감지
"韓美 겨냥한 北의 전략적 행보"
우라늄 정련공장 가동 정황도 포착
북한이 복수의 핵 관련 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정황이 잇따라 감지됐다.
30일(현지시각)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가 이날 공개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영변 핵시설에 위치한 건물에서 증기 또는 연기가 뿜어져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분단을 넘어' 측이 가동 정황을 포착한 건물은 영변 방사화학실험실과 관련된 화력발전소의 작은 건물 2곳이라고 한다. 방사화학실험실은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 사용 연료봉을 재처리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분단을 넘어'는 방사화학실험실 내부 굴뚝의 증기·연기 발생이 자주 관측되지 않는다면서도 관련 정황이 "재처리 활동 자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2주간 화력발전소 저장고가 채워지고 있었다는 점 △증기·연기 발생으로 건물에 열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새로운 재처리의 준비 또는 시작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에 대한 압력을 서서히 높이려는 북한의 전략적이고 정치적인 움직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은 꾸준히 감지되고 있다.
앞서 '분단을 넘어'는 지난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8개월간 수집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을 토대로 북한 황해북도 평산의 우라늄 정련 공장이 계속 가동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공장은 현재까지 확인된 북한의 유일한 우라늄 정광(옐로케이크) 생산 시설로, 비무장지대(DMZ)에서 45㎞ 떨어진 곳에 자리해있다.
옐로케이크는 천연 우라늄 순도를 높이기 위해 우라늄 광석에서 화학 처리를 통해 불순물을 제거한 '노란색 분말'을 뜻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옐로케이크는 농축을 통해 핵무기 생산에 활용되는 고농축우라늄(HEU)으로 전용될 수 있다고 한다.
'분단을 넘어'는 지난 5일 기준으로 공장 북서쪽 골짜기에 쌓인 '채굴 부산물'이 지난해 6월보다 약 85m 늘어났다며 "최근 2년 동안 우라늄 광석 채굴이 계속됐다는 점을 뜻한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조지프 버뮤데즈 CSIS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우라늄 정련은 핵무기에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첫 단계"라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지속적인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역임한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평산 우라늄 정련 공장과 영변 우라늄 농축 공장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핵심 설비"라며 "이 시설에 대한 사찰과 검증을 통해 북한의 정확한 핵무기 기술 수준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