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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리 외교'…서훈 美 향한 날, 정의용 中 방문 확정


입력 2021.04.01 04:30 수정 2021.04.01 08:04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서훈 방미·정의용 방중…일정 맞물려

정의용 "우연히 일정 겹친 것"

美에 '잘못된 신호' 전하는 결과 되나

(왼쪽부터)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대북정책의 막바지 조율을 위해 방미길에 오른 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방중 일정이 확정됐다.


공개된 일정상 서훈 실장이 미국에서 미일 안보 당국자와 머리를 맞대는 날, 지구 반대편에선 정의용 장관이 중국 외교수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31일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며 "두 나라 모두 매우 중요한 나라"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외교부가 정 장관의 방중 일정을 공식 발표한 이후 진행됐다.


정 장관은 "우리의 기본 입장은 분명하다"며 "절대 모호하지 않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중관계도 조화롭게 발전 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미일 안보실장 회담이 오는 2일(미국 현지시각)로 확정된 상황에서 같은 시기 외교장관 방중 일정을 잡은 것은 '한국이 중국에 기울어 있다'는 워싱턴 조야의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장관은 한국 기준으로 오는 2일 저녁 출국해 다음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과 회담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지지 및 건설적 참여 입장을 확보하고, 한중 간 긴밀히 협력하기 위한 방안이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장소인 푸젠성, 대만과 가까워
시진핑 '정치적 고향'이기도


안보실장과 외교장관의 방미·방중 일정이 맞물린 것은 미중 대립구도에 포획되지 않으려는 문재인 정부 대외 기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중 고위급 회담이 '평행선'으로 마무리된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북한·러시아가 밀착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한미일 공조 강화에 공들이고 있지만, 한국은 어떻게든 독자 운신 폭을 확보하려 애쓰는 양상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중립·균형만 지켜 줘도 중국은 굉장히 고마워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 장관이 방문하기로 한 중국 푸젠성 샤먼시가 갖는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하면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푸젠성은 미중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대만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고향'으로도 평가된다. 시 주석은 △샤먼시 부시장 △푸젠성 부서기 △푸젠성장을 차례로 역임한 바 있다.


무엇보다 정 장관이 방중 과정에서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만·홍콩·신장 위구르 이슈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내놓을 경우, 중국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인권'을 외교정책 중심에 두겠다고 천명해온 바이든 행정부와 마찰을 피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여러 가지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중국 관련 문제에 대해 우리도 상당한 관심과 일정 부분 우려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규탄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은 바이든 행정부와는 '온도차'가 확연하다는 지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AP/뉴시스
정의용 "외교 관례 따라 방중"
전임 외교장관은 방미 후 방중 나서


정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중이 취임 초부터 추진돼왔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취임 직후 왕이 부장과 통화할 때 이미 중국으로 초청했고, 그때부터 방중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방미·방중 일정이 겹친데 대해선 "의도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 우연히 시기가 겹쳤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회담 장소가 푸젠성으로 결정된 것은 중국 방역 지침을 고려한 결과라는 입장도 밝혔다.


정 장관은 "왕이 부장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베이징에 들어가면 7일간 격리해야 하고, 또다시 해외로 나오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중국 측의 편의상 아세안 외교장관 4~5명을 차례로 만나고, 다음 날 (푸젠성) 샤먼에서 나를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이 부장이 작년 말에 한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외교 관례상 우리 측에서 중국을 방문해야 된다"고 부연했다.


외교장관이 통상 미국을 가장 먼저 방문해온 관례보다 왕이 부장 방한에 대한 답방에 더 큰 비중을 실은 것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내신 기자단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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