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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이 세 모녀 살인현장에서 장기간 머문 이유는?…구미 여아 친모가 출산사실 숨기는 이유는?


입력 2021.04.08 05:00 수정 2021.04.07 21:07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이수정 교수 "김태현은 성도착증 가진 냉혈한…자기 자신 내팽개칠 강력한 욕망 있었던 것"

공정식 교수 "살해 현장에서 살아날 궁리한 듯…시간 더 있었으면 사체은닉 방법 생각했을 것"

이수정 교수 "구미 친모의 출산사실 부인은 더 중대한 사실을 숨기려는 '합리적 사고'에서 비롯"

공정식 교수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아주 습관적으로 거짓말하는 사람"

(사진 왼쪽부터)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인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5)과, 숨진 구미 3세 여아 친모로 알려진 석모씨(48) ⓒ뉴시스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잔인하게 살인한 김태현(25)과 아기를 바꿔치기하고 유기한 혐의의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피의자 석씨(48)의 엽기적인 행각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공정식 교수와 이수정 교수는 현재 언론에 알려진 일부 사실만으로는 김태현과 석씨가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들이 보인 잔혹함·냉담함·교활함·성적 문란함 등은 사이코패스 성향과 부합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특히,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은 3일 동안 살해 현장을 떠나지 않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벌여 사이코패스라는 추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공정식 교수는 범인이 살인현장에서 장기간 머문 것은 다른 초범 범죄자들에게서도 종종 관찰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김태현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이었지만, 막상 살인을 저지른 뒤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는 없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 와중에 도피 계획도 없다 보니 현장에서 시간을 허비하면서 살아날 궁리를 했던 것"이라고 추정했다.


공 교수는 이어 "증거를 인멸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중 체포됐는데, 만약 시간이 더 있었으면 사체은닉 방법을 생각했을 것"이라며 "보통 사이코패스가 살인을 하면 사건 현장을 떠나는 게 일반적이다"고 부연했다.


노원구 세모녀 살인 피의자 김태현 ⓒ서울경찰청 제공

이수정 교수는 김태현이 현장에 머무른 이유가 성범죄 전력과 연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태현은 살인 행각을 저지르기 2주 전 여고생에게 음란행위를 해 벌금 200만원을 물었고, 2019년에는 여자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훔쳐본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교수는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현장을 떠나야 체포가 안 될 텐데 계속 현장에 머물다 검거됐다"며 "성범죄 전력을 보면 성도착증 성향이 있어 보인다. 현장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기 자신을 내팽개칠 강렬한 욕망이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김태현이 보인 냉혈한적 행각은 사이코패스의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범행도 잔인할 수 있던 것"이라며 "보통 사람은 흥분하고 공포에 질리면 식욕이 안 난다. 반면 김태현은 이틀 동안 시신을 껴안고 자기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한 점에 비춰 냉혈한인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태현은 장난을 치다가도 갑자기 이상한 포인트에서 눈이 돌아갔다" "분노조절장애가 있어 보였다"는 동창들의 증언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김태현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공 교수는 사이코패스의 특성 중에 분노 조절과 행동 통제가 안 되는 '충동성'이 포함되는 것은 맞지만, 이들 사례만으로는 사이코패스 진단을 내릴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평상시라면 눈에 안 띄었을 문제를 사건이 터지고 나니까 부각되는 결과론적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며 "그 일부 사례들만 가지고 기질을 평가할 수 없다. 오히려 사이코패스들은 일상에서는 평범하게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에서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태현이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거듭 "죄송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는 임시적 사과와 정서적 사과로 나뉘는데 사이코패스들은 진심이 담긴 정서적 사과를 할 줄 모른다"며 "김태현이 정말로 사이코패스라면 진심의 감정이 없는 임시적 사과를 했을 수 있지만, 일단 투입된 프로파일러들의 정밀한 진단 결과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은닉 미수 혐의로 체포된 '구미 3세 여아' 친모 석씨 ⓒ뉴시스

'구미 3세 여아 사건'의 피의자 석씨는 친딸인 김씨(22)가 출산한 여아와 자신이 낳은 딸을 바꿔치기 하고, 자신이 출산한 여아는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석씨는 수시기관이 내놓은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출산사실 등 범행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 교수와 이 교수는 사라진 아기의 행방 등 사건의 전말이 확실하게 밝혀지기 전까지는 친모 석씨의 범죄 심리를 분명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석씨가 정신질환, 해리성 기억장애 등을 앓는 탓에 출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출산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중대한 사실을 숨기려는 '합리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사이코패스 성향과 부분적으로 부합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 교수는 "딸을 출산한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도 자꾸 우기고 있다.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아주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측면에서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굉장히 치밀하게 아이를 바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교활함이 있고, 성적 문란함도 있다. 정서적으로 둔감한지는 확인이 더 필요하다"며 "다만 이들 준거에 해당한다고 무조건 사이코패스라고 볼 수는 없다. 전문가가 투입돼 정밀 분석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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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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