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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인구 150만 시대③] 비건 시장 활성화, 인식개선·정부 지원 뒷받침 돼야


입력 2021.04.21 07:00 수정 2021.04.21 08:57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채식에 대한 선입견부터 타파해야”

미래투자위한 지원 필요…“기업의 적극적 연구·개발도”

국가별 대체육 시장 규모 ⓒ코트라

국내 ‘식물성 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시장 규모가 작고 진입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다양한 한계가 뒤따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비건 식품에 대한 사회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점 그리고 대중화되지 않은 비건에 대한 인식 개선 등도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비건 시장은 시장 초입 단계 수준이다. 채식이 보편화 된 해외와 달리 국내 채식 인구 비중은 우리나라 인구 약 5200만 명 중 150만 명으로 1~3% 수준에 그친다. 그 중에서도 완벽한 채식주의자에 해당하는 비건 인구는 약 50만 명으로 추정된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시장 규모는 더 차이가 난다. 코트라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 시장은 미국이 약 10억 달러 규모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영국이 6억1000만 달러 순으로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은 2000만 달러 수준으로 가장 하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 식품업계는 식물성 식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무한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건강뿐 아니라 환경, 지속 가능한 미래 등을 고려한 가치 소비 트렌드가 급부상 하고 있는 데다, 윤리적 소비 등이 맞물리면 제품 출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특히 다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기호를 반영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된 점도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제품에 어떤 가치가 담겨있는지 전달하는 과정은 이제 기업들에게 필수요소가 됐다.


고단백두부바 연출 이미지 ⓒ풀무원
◇ 작은 시장 규모…판매처 부족·높은 가격 등 해결과제로


국내는 시장 규모가 작고, 문화 형성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아울러 식물성 식품에 대한 연구 역사가 짧아 해외 대비 기술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중에서도 고기를 완전히 대체할 만큼의 식감과 맛, 육즙 구현 등이 업계 과제로 남아 있다.


소비의 근간이 되는 판매처의 부족으로 접근성 역시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온라인 채널을 통한 제품 구매는 활성화 되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여전히 일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일반 식품 대비 비싼 가격도 채식주의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채식주의자(30대)는 “최근 국내에서 다양한 비건 식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수요가 적어 공급 자체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농심의 ‘야채라면’만 하더라도 판매 채널에 따라 팔지 않는 곳이 수두룩하다. 신제품이 나와도 먹질 못한다”고 말했다.


채식을 실천하는 소비자와 제품을 만드는 기업 간 ‘식물성 식품’을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오는 문제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서는 ‘채식주의자’와 ‘비건’이 혼용되는데, 정확히는 비건이 채식의 한 종류다. 채식은 가금류, 생선, 달걀, 유제품 등을 먹는 유무에 따라 7가지로 나뉜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제품 구입 시 불편을 겪는 경우도 많다. 제조사나 브랜드 별로 기준이 다르다 보니 소비자가 성분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제품에 따라 우유, 버터 등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채식 단계에 따라 관련 제품을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대체육을 활용한 롯데리아 미라클 버거 ⓒ롯데리아
◇ 국내 식물성 시장 대중화 해법은 ‘인식 개선’


국내서 식물성 식품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인식 개선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적이다. 채식주의자를 향한 눈총이 결국엔 채식을 포기하게 만들고, 이 시장이 더 크게 자라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게 만든다는 논리다.


실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과 배려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여전히 채식에 대한 이해와 수용 자체가 부족하다는 게 채식주의자들의 보편적인 목소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채밍아웃’(채식+커밍아웃)을 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신념에 따른 선택이지만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까다롭고 예민하게 바라본다는 이유에서다.


직장인 윤유진(25·여)씨는 “윗 세대들은 고기를 왜 안먹냐는 간섭을 많이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채식주의자를 유별나고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이 부분이 많은 채식주의자가 생각하는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채식주의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늘 불편하다. 육류를 섭취하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는 선입견이 있는 이들도 있고 식물권까지 따지는 이들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단체 생활을 중요시 하는 한국 사회는 채식을 선택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직장인 정나하(34·여)씨는 “채식을 하는 분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남아있다. 옳다, 옳지 않다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다른 걸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고기를 먹지 않는 동기나 배경을 바라보려 하기 보다는 자신과 다른 사람 취급을 하려고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큐브두부 바질로스팅 연출 이미지ⓒ풀무원
◇ 기업·정부 동반 지원 필요…“진입장벽부터 낮춰야”


향후 식물성 식품 시장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연구·개발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샘플 제공과 쿠폰 지급 등으로 상품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작업도 중요한 작업으로 분류된다.


또한 식물성 식품을 개발하고 광고하기에 앞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을 하는 작업 역시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존 식품 대비 맛이나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소비자들의 시선 역시 이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복 채식연합회 대표는 “식물성 식품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며 “현재 낙농쪽에 정부 지원이 활발한데, 이를 육류로 대체하는 산업 쪽으로 지원 방향이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의 캠페인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며 “육식을 먹지 않으면 영양실조에 걸린다든지, 단백질이 부족하다든지 등의 편파돼 있는 지식이나 광고가 많이 퍼져있는데, 이를 바로 잡고 국민들에게 바르고 건강한 상식을 제공하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부문만 이야기를 했는데, 궁극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먹거리 정책도 뒷받침이 돼야 한다”며 “대체육 등 건강한 식품을 만드는 기업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또 이익과 생산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밝혔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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