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수급 불확실성 낮다" 자신했지만 우려 여전
'방역기획관' 자질 논란…반도체 '뒷북 대응' 비판도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 백신 수급 불안, 미중의 반도체 패권 다툼 등 대내외적 상황이 '민생 경제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민심 수습용으로 단행한 인적 개편 관련 논란까지 불거졌다.
당장 '빨간불'이 들어온 사안은 코로나 백신 수급 상황이다. 특정 백신을 개발한 주요 강대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국가 간 백신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모양새여서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직접 미국 제약사 모더나 대표와 통화하는 등 '백신 외교'를 펼쳐 지금까지 총 79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했지만, 실제 도입되거나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물량은 11.4%(904만4000명분)뿐이다.
이 가운데 '주력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얀센 백신의 혈전 생성 논란이 불거졌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백신 효과를 보강하기 위해 '부스터 샷' 진행을 검토하고 있어 국내 백신 수급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외신은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OECD 37개 회원국 중 35위 수준이라며, 이 속도대로라면 집단면역을 달성하는데 6년4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5월 하순께 미국 워싱턴DC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의를 갖지만, 이를 통해 백신 수급과 관련한 우려가 불식될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우리나라는 다방면의 노력과 대비책으로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기획관' 논란까지 불거졌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6일 신설한 이 자리에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기용한 걸 두고 의료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자질 부족'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기 기획관이 지난해 '백신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한 발언 등은 의학적 근거와 원칙에 따른 게 아닌데다, 정부의 정책을 정당화시키는 근거만 만들어 낸 것이라는 게 비판의 주된 내용이다.
야권에서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반대하고 백신을 조속히 접종할 필요가 없다며 방역을 교란했던 인사를 방역 핵심에 세우느냐"며 임명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지금 우리 백신 상황이 어떠한가? 이런 점을 종합해 봐도, 기모란이라는 분은 방역·의학보다 정치를 앞세워서 오히려 방역에 혼란과 방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미중의 반도체 패권 경쟁도 악재다. 문 대통령이 "글로벌 공급망을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여 온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업계에서조차 문 대통령이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최근 논평에서 "눈앞에 닥쳐온 반도체 전쟁에 대한 각오나 청사진도 없다"며 "허공에 떠 있는 대통령의 인식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대기업 CEO들을 총출동시키더라도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리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19일 개각 이후 첫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해 '새출발 의지'를 밝히면서 정부와 여당, 국회, 지방자치단체가 민간과 국제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을 확대하자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