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4차 산업 핵심…유망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
美·中 개인정보 활용 적극 허용…한국은 미온적 일관
향후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될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을 위해서 데이터 관련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AI 분야 현황과 과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관련 투자와 특허, 핵심인재 수 등이 AI 선진국 대비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22일 밝혔다. 특히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활용 제약하는 개별법 정비와 핵심 인력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AI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IT 강국인 한국의 경쟁력은 주요국 대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전경련은 한국의 AI 경쟁력은 미국의 80.9% 수준이고, 1.8년의 기술격차가 수년째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봤다.이는 중국이 국가 차원의 투자 및 지원정책으로 2016년 71.8% 수준에서 빠른 속도로 미국을 따라잡아 2020년 85.8%까지 기술수준이 높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높은 교육 수준과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등에 강점이 있음에도 이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한국의 AI 논문 수는 세계 9위지만 1위인 중국(7만199건) 대비 1/10 수준에 불과하며. 질적 지표인 논문 편당 인용 수는 전체 91개국 중 31위에 그쳤다.
특허 수를 기반으로 AI 기술 100대 기업(연구기관)을 분석한 결과를 봐도 한국 국적의 연구기관은 미국(44곳)의 11분의 1 수준인 4곳(삼성, LG, 현대자동차, 전자통신연구원) 뿐이다.
또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석·박사 이상급 연구자 숫자도 부족해 미국의 3.9% 수준인 405명에 불과하다. AI 인력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로 고등교육을 받는 대학생 인구수 대비로도 주요국 대비 열위에 있는 상황이다.
AI 분야는 미래 먹거리로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유니콘 650개 기업 중에 AI 관련 기업은 50개이며, 1위 기업은 틱톡으로 유명한 중국의 바이트댄스다. 또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현황을 보아도 미국이 65개, 영국 8개, 중국 6개에 비해 우리는 0개로 경쟁국 대비 낙후돼 있다.
전경련은 AI 경쟁력 부재가 지속될 경우자율주행차, 로봇, 의료, 빅데이터 등 미래 유망산업에서도 경쟁국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전경련은 “AI 세계시장 규모는 2018년 735억 달러에서 2025년 8985억 달러로 연평균 43.0%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라며 “이는 차세대 먹거리로 손꼽히는 로봇산업과 비교해도(동기간 연평균성장률 18.5%)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는 모든 산업에 혁신을 가져와 부가가치를 더한다”며 “AI 도입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측면에서 향후 미래 산업에서 중요한 분야로 여겨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한국의 AI 경쟁력이 뒤처지는 이유에 대해 제도적 장치가 아직 미흡한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경련은 “한국은 2020년 데이터 3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의료법 등 개별법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별도 동의가 필요하거나 이용을 제한한다”며 “법 체계가 충돌할 수 있고 활용하는 주체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관련 우수 인재는 해외로 유출돼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하지만 인재 육성을 위한 비자나 학과 신설 등 제도개선에서 선진국 대비 미온적”이라고 덧붙였다.
유 실장은 “AI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활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업종별로 데이터 활용을 차등해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하고 의료법 등 관계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집중적인 재정 지원과 함께, 비자 요건 완화, 학과 정원규제 유연화 등 핵심 인재를 위한 제도를 정비하는 것 또한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