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수요 및 유가 상승 전망으로 하반기부터 수익성 개선 기대
경기부양책으로 수요 회복 기대감 높지만 코로나 '불확실성'은 여전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석유 제품 수요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국제유가 역시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이 2분기에도 흑자를 시현할 지 관심이다.
세계 각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함께 미국·유럽 경제지표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수요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다만 인도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는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지난해 기저효과 및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으로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250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백신 보급에도 속도를 높이면서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실제 금융정보업체인 IHS마킷이 발표한 미국의 4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60.6으로 전월(59.1) 보다 상승했다. 이는 2007년 5월 지표 발표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같은 달 유럽 유로존 제조업 PMI 역시 63.3을 나타내며 1997년 자료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을 비롯한 서비스업 지표 역시 상승세로, 올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이 같은 글로벌 업황 회복세는 석유 수요 기대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에너지 기관들은 올 하반기부터 수요 회복을 기대하며 글로벌 석유 전망을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4월 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9646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9051만배럴 보다 6.6% 늘어난 수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이달 보고서(OMR)에서 백신 접종에 따른 수요 회복으로 작년 초과 재고가 소화되고 있다며 올해 평균 석유 수요를 전년 보다 6.3% 늘어난 9670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석유 수요가 전년 대비 배럴당 550만달러(6.0%) 늘어난 9767만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 수급은 공급 보다 수요가 높은 모습이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되다가 3분기부터는 수급균형 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국제유가 상승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EIA는 WTI(서부텍사스유) 가격은 작년 평균 39.17달러에서 올해 평균 58.89달러로 50.3%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브렌트유는 지난해 41.69달러 보다 49.4% 오른 62.28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 상승은 통상 호재로 본다. 유가가 오르는 것이 정유사 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나, 석유제품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3달러에 육박하면서 수요 회복 분위기를 높이고 있다.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4월 둘째주 2.1달러, 셋째주엔 2.5달러로 오른 뒤 넷째주엔 2.8달러를 기록했다. 운행 수요 등이 늘어나며 휘발유, 항공유 마진 등이 개선된 영향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아직까지는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나 국제유가 상승·석유제품 수요 회복 흐름이 정제마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고, 대규모 경기 부양책 등의 효과로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유럽 다수의 국가들이 코로나 재확산으로 3차 봉쇄를 단행하는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속도는 더뎌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유럽을 비롯한 인도, 브라질, 일본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정유사들의 실적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흑자가 예상되지만, 규모는 다소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3469억원이나 2분기는 1959억원이다. 에쓰오일 역시 1분기 영업이익 3408억원, 2252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나금융투자는 "미국 정제설비 가동률이 85%로 1년래 최대치이고, 미국 내 수요 개선으로 휘발유, 등경유 재고 또한 낮은 편"이라면서 "아시아/유럽 재고 또한 낮아지는 국면으로 시황 개선 가능성이 점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정유는 1분기 호실적의 주된 원인이 정제마진 개선이 아닌 국제 유가 상승(대규모 재고 관련 이익 발생)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하반기 정제마진 정상화 이후에는 수급 개선(정제설비 신증설 위축)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