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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영원하지 않기에 소중한 '비와 당신의 이야기'


입력 2021.04.28 09:15 수정 2021.04.28 09:1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강하늘·천우희 주연, 강소라 특별출연

28일 개봉, 러닝타임 117분

'수상한 고객' 조진모 감독 신작

12월 31일 비가 올 확률을 얼마나 될까.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가능성 낮은 약속을 기다리며 느끼는 설렘, 실망, 그리고 다짐을 통해 불안한 청춘을 위로한다. 멜로 영화지만 사랑의 절정 속 뜨거운 감정이나, 이별 후 애잔함은 없다. 그저 사랑 혹은 꿈에 도달하기 위해 한 걸음씩 내딛을 뿐이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2003년과 2011년을 오가며 첫사랑을 기다리는 영호(강하늘 분)의 이야기다.2003년 재수생 영호가 보통의 일상 틈에서 자신의 첫사랑의 기억을 건져올리며 영화는 시작된다. 영호는 기억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기다려준 소연의 주소를 알아내 손편지를 보내고, 그 편지는 소연의 동생 소희(천우희 분)가 받는다.


소연은 투병 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고, 소희는 언니를 위로하기 위해 영호와의 연결고리가 되고자 답장을 쓴다. 단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찾아오지 않기란 조건을 내건다. 하지만 어느새 영호의 편지는 소희에게 일상의 환기, 즐거움이 되어버린다.


무채색이었던 두 사람의 일상은 설렘과 기다림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영호의 만나자는 제안에 소희는 12월 31일 비가 오면 만나자는 조건을 다시 한 번 내건다.



사실 영호에게는 '기적'이란 말을 달고 사는 재수생 동기 수진(강소라 분)이 존재한다. 수진은 수많은 입시 학원에서 둘이 만날 확률, 둘 다 수능시험에 떨어져 다시 재등록할 확률, 4월 1일 장국영이 사망한 뉴스를 본 날 함께 밤을 보내는 확률을 이야기하며 둘의 만남이 기적임을 강조한다. 영호에게 수진은 혼자 있어도 '별'같은 존재고 소연은 편안하고 위로를 주는 '비'같은 존재다. 그리고 영호는 위로를 선택한다.


영호와 소희, 수진은 첫사랑과의 만남을, 꿈을 찾기를, 아이슬란드의 오로라를 보러 가기를 끝없이 기다린다. 하지만 이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다. 각자에게 기다림은 일상을 살아가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강하늘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영화라고 언급한 바 있다. 조진모 감독은 영화를 사랑의 이야기로 가득 채우기 보단, 감정 속 여백을 두며 관객의 상상력이 더해지도록 설정했다. 멜로 영화에서 주요 코드로 사용되는 익숙한 감정과 전개가 단점으로 읽힐 수 있지만, 강점으로 발휘되기도 한다. 첫사랑, 청춘이란 키워드는 모두가 느꼈을 법한 보편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각자의 기억을 대입해 편안하게 따라갈 수 있다.


강하늘의 촌스럽지만 순박한 얼굴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12월 31일 약속을 잊지 않는, 순정남의 면모는 강하늘이 연기했기에 쉽게 설득된다.


또 손편지, LP, 헌책방, 우체통 등 그 시절을 연상시킬 수 있는 소품들의 향연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한 때의 감정과 지나간 것들이 영원하지 않기에 소중하다는 걸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모든 것이 편리하고 빠르게 전달되는 2021년,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주는 여백과 기다림은 관객들에게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열린 결말도 누군가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을 주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아쉽게 읽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개봉. 러닝타임 117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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