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개인 최대주주 등극…직간접 통제 지분 30%
삼성전자·물산·SDS 지분은 법정 상속분대로…상속세 부담 완화
"가족간 화합 유지하며 진통 없이 최상의 결론 도출" 평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산 상속은 예상대로 이재용 부회장 중심 경영을 가져가면서 가족간 화합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유족들은 삼성전자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적으로 배분해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신의 한 수’를 택했다.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30일 이건희 전 회장의 유산 배분에 따른 ‘최대주주 변경’ 및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를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 지분의 경우 이건희 전 회장이 보유했던 4151만9180주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절반인 2075만9591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게 1383만9726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691만9863주씩 상속됐다. 각각 비율은 3대 2대 1이다.
법정 상속비율대로라면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이 9분의 3인 1383만9727주를 상속받아야 하지만 홍 전 관장은 아들인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보태도록 지분 상속을 포기했다.
이서현 이사장도 원래 몫인 922만6484주(이 전 회장 보유 지분의 9분의 2)보다 적은 주식을 상속받았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법정 상속비율 대비 1153만3106주를 더 상속받아 기존 0.06%에 불과했던 삼성생명 지분율이 10.44%까지 상승했다. 이를 통해 삼성물산(19.34%)에 이은 2대 주주이자 개인 최대주주로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게 됐다.
삼성은 큰 틀에서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물산 최대 주주로서 삼성생명,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해 왔지만 이번 상속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삼성생명 지분율을 30% 가까이까지 늘리게 됐다.
삼성생명은 ‘삼성 경영권의 승계’라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이 전 회장 역시 선대인 이병철 창업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아 삼성전자를 지배했다.
이 전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지분은 법정 상속비율대로 분배했다.
삼성전자 주식의 경우 홍 전 관장이 9분의 3인 8309만1067주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세 남매가 각각 9분의 2인 5539만4044주씩 상속받았다. 이로써 홍 전 관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2.30%, 이 부회장은 1.63%, 두 자매는 각각 0.93%가 됐다.
삼성물산은 홍 관장이 180만8577주를, 이 부회장을 비롯한 3남매가 각각 120만5720주씩 상속받았다. 삼성SDS는 홍 관장이 3233주, 이 부회장이 2158주, 두 자매가 각각 2155주씩 상속 받았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의 주식을 법정 상속분대로 나눈 것은 주식을 천문학적인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회장의 유산 상속에 따른 상속세 총액은 12조원을 넘어서며, 주식 상속에 따른 상속세만 11조366억원에 달한다.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납부해도 연 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마련할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통한 배당금 확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총 13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했으며, 그 중 오너 일가가 받은 배당금만 총 1조342억원에 달한다.
결국 유족들은 삼성 계열사들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면서도 다른 유족들의 현실적인 재정 상황을 배려하는 쉽지 않은 결론을 가족 간 진통 없이 도출해 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삼성 계열사들 지분 분배는 가족간 화합을 유지하면서도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강화하는 최상의 결론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