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공감하지만 방법론 '평행선'…합당시기‧당내반발 '변수'
사실상 '반문연대'…'누가 윤석열과 손잡느냐' 쟁탈전도 치열
야권의 시선은 4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만남에 쏠려있다. 김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선출된 후 처음으로 야권 재편의 카운트파트너인 안 대표와 마주앉으면서 통합 논의의 '첫 단추'가 꿰어지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내일 오후에 김 원내대표와 서로 인사 일정을 잡았다"며 "그분이 갖고 계신 통합에 대한 생각이나 일정에 대한 말씀을 들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 대표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와 의견을 조율해왔으나 큰 틀에서 야권 통합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을 뿐, 방법론에선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제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통합 간극을 줄이기 위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합당 방식을 두고 국민의당은 새로운 당명으로 합당하는 '신설합당'을 내세우고 있고, 국민의힘은 '흡수합당'을 선호하는 상황이다. 원내의석 101석을 가진 국민의힘 내에선 3석 국민의당과 당 대 당 통합에 반발하는 기류도 적지 않다.
합당 시기를 둘러싼 고차방정식도 풀어야 한다. 안 대표는 "가급적 빨리 통합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야권 지지층을 확장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 주요 당권주자들은 6월 전당대회를 마친 뒤 합당을 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 원내대표도 선출 직후 일성으로 "합당을 위한 합당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기와 방법, 절차는 시너지 효과가 많이 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안 대표는 이날 한국정치평론학회 초청 토론회에서 통합 방식과 관련해 "결과적으로 대선 때 야권 단일후보만 선출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방법론은 상관 없다'며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다.
안철수 "중요한건 윤석열 결심", 김기현 "중요한건 자강‧쇄신"
야권 재편의 또 다른 한축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끌어들이려는 치열한 기싸움도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윤 전 총장과 손을 잡고 통합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자강을 통해 야권 지지율 1위 후보의 입당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안 대표는 "(야권 통합의) 제일 중요한 요소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결심"이라며 "윤 전 총장이 어떤 방식으로 언제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윤곽이 잡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단일후보 선출 과정까지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 필요하다면 문지기라도 하겠다"고
안 대표는 최근 공개발언을 통해 "나처럼 시행착오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도와드릴 수 있다"며 윤 전 총장을 향해 꾸준히 손짓해왔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당내의) 좋은 대선 후보를 골라내 국민 지지를 받게 하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면서 "자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우리 당 지지율을 40%까지 올리면 바깥에 있는 후보들이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만남이 야권 재편의 첫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이 뭉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때보다 강하기 때문에 3자구도가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며 "더 많이 가진 국민의힘이 대승적으로 양보하며 풀어가야 탈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