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더한 주택공급 기조 변화 시사
“실질적으로 현 정부에서 공급 어려워” 지적
노형욱 임명 강행 내비춰…‘비전문가’ 우려 여전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라며 그간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다.
다만 정책 기조 자체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데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 강행 의지를 드러내면서 부동산 시장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가진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 사태까지 겹치며 지난 재·보선을 통해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죽비(竹篦)는 불가에서 스승이 제자를 깨우칠 때 사용하는 대나무로 만든 일종의 회초리다.
이어 문 대통령은 “엄중한 심판으로 기존의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하고 보완하는 노력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부동산 투기를 금지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것,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 등으로 이뤄진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고 민간의 주택공급에 더해 공공주도 주택공급 대책을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며 정부의 공공주도 주택공급 기조의 변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 수정과 민간 주택공급 등 일부 부동산 정책의 변화는 있겠으나, 기존 부동산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해석했다. 이로 인해 시장의 변화 역시 크게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됐던 정부의 규제 정책기조가 변화될 것이라는 여지를 제시했다는 자체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 “민간과 공공의 주택공급이란 역할이 공존한다는 여지를 명확히 했다. 남은 1년은 기존에 발표된 주택공급 방안을 차질 없이 수행하는데 집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에서 민간 중심으로 공급을 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현 정부에서 공급이 어렵다”며 “단지 국민들의 악화된 부동산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선언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풀이했다.
그는 “보유세 완화, 양도세 인하, 종부세 기준 상향 등 국민들이 직접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즉각적인 정책이 있어야 시장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일부 규제 완화로 방향을 수정한다 해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기 기간 내내 집값 폭등으로 대변되는 부동산 정책 실패 인정과 규제 일변도의 정책 궤도 수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계속해 왔다.
주택 관련기관 수장에 잇달아 ‘비전문가’가 임명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고 있는 노 후보자 대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토부 장관으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서 학회장은 “사실 노 후보자가 국토나 교통, 부동산에 대한 전문가가 아닌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라며 “국정 전반 이해도가 높고 정책 조율에는 강하겠지만, 현 시장 상황에서 적절한 인사인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