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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아직도 1년이나 남았다


입력 2021.05.12 07:00 수정 2021.05.12 07:10        데스크 (desk@dailian.co.kr)

민주주의적 제도와 절차 훼손

사회의 상식과 공정과 정의 망가뜨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이 진행된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바라본 청와대 위로 적색 신호등이 들어와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10일, 재임 4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모처럼 국민과 마주했다.


임기가 끝나가는 대통령에게 취임사에서 한 약속을 꺼내기가 뭣하지만,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겠다’던 하산길의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살펴봤더니,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대통령이 뭐 그리 어려운 자리도 아니다. 국가를 잘 경영해 국민들이 안전하게 행복과 자부심을 느끼면서 살도록 하면 된다. 그렇게 살려면 서로 편 갈라 싸우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상식이다.


가정은 가족이 협의해 꾸려 가면 되지만, 국가는 좀 복잡해 내각과 청와대 등 함께 하는 조직이 있다. 좋은 정책은 이어가고 거기에 자신과 전문가들의 경륜과 지혜를 보태면 된다.


부동산 때문에 국민들이 아우성을 칠 때도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은 자신 있다”(2019.11) “집값을 취임 초기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2010.1)고 했다. 그러던 사람이 이제 제정신이 좀 돌아왔는지 “죽비를 맞았다”라고 했다.


부동산 말만 나오면 이 땅의 젊은이들은 정말 답답할 것이다. 정부 발표 말고, KB국민은행의 자료를 인용해 보자. 이 정권이 시작된 2017년 5월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6억708만원이었다. 이 액수도 보통 사람이 모으기에는 엄청 힘든 수준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 재임 4년이 지난 2021년 4월의 평균 가격은 11억1123만원이다. 무려 5억415만원(82%)이 올랐다. 심하게 말하면 2배가 올라 버렸다. 매매가도 올랐지만, 평균 전세 시세도 4년 동안 1억7000만원이 올랐다.


은행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무슨 재주로 봉급생활자나 자영업자가 이 간격을 메울 것인가? 대출도 대출이고, 다른 생활비는 어떻게 할 건가? 비정규직으로 알바로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은 할 말을 잃는다. 말(언어)이 사람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면, 집은 가족과 가정의 행복(幸福)을 담는 그릇이 아니던가?


집이 있어도 자녀를 키우면서 행복과 안전을 느끼려면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데, 젊은이들은 언제 어디에서 희망과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지, 생각할수록 답답하다.


많은 사람이 문재인 정부가 민주주의적 제도와 절차를 훼손하고 우리 사회의 상식과 공정과 정의를 망가뜨렸다고 말한다. 큰 잘못이지만 이런 잘못은 시간이 가면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가 희망을 꿈꾸고 미래를 설계하고, 행복을 준비할 수 없도록 한 잘못, 젊은이들에게서 희망과 미래와 행복을 준비할 시간을 앗아간 잘못은 회복조차 되지 않는다. 흘러가는 시간을 정권이 어떻게 붙잡고 회복시킬 수 있는가?


그러니 20대 30대 젊은이들이 절망하고 울부짖는다. 아니 속으로 숨죽여 운다. 지난 4.7 보선에서의 투표도 그런 분노의 표현이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 속에 ‘쿵’ 하고 바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말이 고상해 ‘죽비(竹篦 )’지, 코로나 방역에 따른 거리두기만 없다면 젊은이들이 촛불을 들고 정권 퇴진을 외치고 싶다고 한다(2021.5.6). 대통령은 취임하고 보름 만에 청와대에 설치한(2017.5.26) 일자리 상황판에 쌓인 먼지를 털고, 다시 들여다보라.


그리고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가’를 한번 생각해 보라. 아직 1년 남았다.


문 정부 시작하고 4년간 취업자 수는 26만9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박근혜 정부 때는 168만8000명이 늘고, 이명박 정부 때는 99만1000명이 늘었다 (2021.5.10. 중앙일보). 그런데 뭘 잘했다고 전임 정부를 그렇게 흉을 보는가? 심히 민망하다.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올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얼마인지를. IMF는 지난 4월 6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6.0%로 전망했다. 그리고 내년(2022)은 4.4%로 추정했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IMF는 올해 미국 6.4%, 중국 8.4%, 인도 12.5%, 프랑스 5.8%, 스페인 6.4%의 경제성장을 전망했고, 한국은 3.6% 성장을 예측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의 대화에서 “우리나라는 올해 4%의 경제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 세계 평균치에도 한참 미달하는 전망치다.


이제 1년 남았다. 제발 경제성장도 하고 집값도 취임 초 수준으로 되돌려 놓고, 국민들이 원하는 백신으로 코로나도 극복한 뒤 하산하기를 바란다.


시중에서는 ‘대통령이 각료나 고위직 후보들을 힘들게 쓰레기통을 뒤져서 데리고 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88올림픽을 계기로 해외여행, 유학 등의 족쇄가 풀린지 30여년, 그동안 해외나 국내에서 갈고 닦은 맑은 인재들이 많을 텐데 언제까지 그렇게 어려운 인재발굴을 계속하려는지 안타깝다.


영국 작가 존 번연(1628~1688)의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에 보면, 마루 쪽 사이에 낀 때를 파내는 사람 즉 머크레이커(muckraker) 이야기가 나온다. 청소를 완벽하게 하려는 좋은 의도겠지만, 불필요한 노력을 지적한다. 저널리스트들은 안다. 이 단어가 ‘허접쓰레기(muck)’를 ‘갈퀴로 긁는 사람(raker)’의 합성어에서 시작돼 ‘추문 폭로자’를 거쳐, ‘탐사보도 기자’로 진화해 왔다는 사실을.


아직 1년 남았다. 문 대통령도 진화하기를 바란다. 1년이면 짧은 시간이 아니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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