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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듣는 시대는 끝났다고?”…뒷방 신세였던 오디오 콘텐츠의 부활


입력 2021.05.16 09:12 수정 2021.05.16 09:1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오디오 드라마·오디오 예능 등으로 범위 확장

한정된 시간 효율적 쓰려는 MZ세대 성향 반영

ⓒ픽사베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시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볼거리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그런데 한동안 비디오에 밀려 레거시 미디어가 된 오디오 콘텐츠가 다시금 몸집을 키우고 있다. 다만 오디오 플랫폼은 기존의 1차원적 송출을 넘어 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물론 팟캐스트나 오디오북, 명상 콘텐츠, 오디오 드라마, 오디오 예능 등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반짝’ 인기를 끌었던 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클럽하우스’는 오디오 콘텐츠에 MZ세대들의 긍정적 반응을 확인한 사례다. 다만 클럽하우스의 강점으로 여겨진 희소성·폐쇄성이 발목을 잡고 두 달 만에 다운로드 건수가 960만회에서 90만회로 급감하는 등 다소 인기가 주춤한 상태다.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격전지로 떠올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내 팟캐스트 관련 광고 매출이 올해 처음으로 10억 달러(약 1조11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아마존의 경우 지난 2008년 인수한 자회사 아마존 오더블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팟캐스트와 오리지널 오디오 프로그램, 오디오북 등의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 역시 2018년 초 오디오북 서비스 플랫폼 구글 플레이 북스를 오픈했고, 애플은 기존 오디오 서비스 플랫폼인 팟캐스트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공을 계획 중이다. 최근엔 스포티파이가 오디오북과 팟캐스트 서비스, 자체 오디오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국내에서도 음원 플랫폼들을 중심으로 오디오 콘텐츠 강화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그간 ‘밀리의 서재’ 같은 오디오북 콘텐츠를 선보이는 플랫폼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 다양한 문화 영역으로 콘텐츠가 생산되면서 오디오 콘텐츠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먼저 네이버는 지난 2018년 처음 ‘오디오 클립’을 선보였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오디오 콘텐츠 소비가 크게 늘면서 지난 1월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방문자수는 전년 대비 93%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 선점을 위해 오디오 드라마, 오디오 도슨트, 오디오 라이브 등 다양한 오디오 클립을 선보이며 듣는 경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카카오도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앞서 사회공헌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는 배우들과 함께 도서 속에서 발췌한 좋은 글귀나 시 등을 직접 읽고 녹음해 음성 콘텐츠를 만드는 ‘힐링 사운드’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본격적으로 지난해에는 카카오의 음원사이트 멜론을 통해 오디오 콘텐츠를 강화한 ‘스테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한 ‘SMing’, 카카오의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와 연계한 ‘브런치 라디오’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멜론 스테이션, 플로

드림어스컴퍼니는 자사 음원 플랫폼 플로의 오디오 플랫폼 도약 및 음악사업 확대를 위해 3년간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지난 2일 밝히기도 했다. 이번 투자는 오디오 서비스로서 플로 외연 확장 및 오디오 오리지널 강화 로드맵의 일환이다. 플로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의 유료 청취량은 매월 10억건 수준으로 지난 2년간 연평균 87%로 성장 중이다. 이에 오리지널 콘텐츠 및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음악 및 오디오 콘텐츠의 1등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다.


오디오 시장을 키우기 위한 파트너십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오디오북 1위 윌라와는 ‘책을 음악처럼’ 모토로 콘텐츠 협력을 시작했고, 5월부터는 오디오북 큐레이션 팟캐스트 제작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또 4월에는 오디오 라이브플랫폼 스푼라디오와 Z세대 타깃 오리지널 콘텐츠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플로 오리지널과 스푼라디오 라이브방송을 연계한 협력을 시작했다. 양사는 황광희의 ‘분노의 칭찬봇’, 홍대요정 치즈의 ‘무드인디고’ 등 새로운 오디오 콘텐츠 포맷을 지속 개발할 예정이다.


MZ 세대들이 오디오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오디오 콘텐츠는 영상과 달리 계속 화면을 보고 있지 않아도 다른 일을 함께 할 수 있다.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젊은 세대들이 오디오 콘텐츠 전성시대를 열어 준 셈이다.


업계에선 당분간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지속 성장을 점쳤다. 한 관계자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것은 MZ세대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 또 얼굴을 노출하지 않아도 되고, 영상처럼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매력이 될 수 있다. 그만큼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생활 곳곳에서 지속적인 소비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또 이 관계자는 최근 AI 등 기술과 기기가 발전도 오디오 콘텐츠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봤다. 그는 “인공지능 스피커와 스마트TV 등에 오디오 콘텐츠만큼 적합한 게 없다. 이젠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오디오 콘텐츠를 골라 들을 수 있을 만큼 편리한 세상이 됐고, 업계는 이런 흐름을 읽고 오디오 콘텐츠 안에서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을 위한 준비를 대부분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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