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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뷰⑪] 채소, 취업 준비생에서 '립 장인'까지


입력 2021.05.26 05:00 수정 2021.05.26 09:24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레페리와 2016년 계약

지난해 슈레피와 컬래버레이션 해 립커벨 출시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레페리

2015년 광고홍보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대학생 채소(본명 김소연)는 뷰티 마케터가 되기 위한 일명 ‘스펙 쌓기’를 위해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다. 자신이 가장 관심 있었던 립 제품을 위주로 영상을 만들고 정보를 나누며 채널을 운영해 나갔다. 그렇게 취업을 위해 시작했던 크리에이터는 이제 그의 직업이 되어버렸다. 이제 채소는 크리에이터만큼 재미있고 잘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대학생 때부터 블로그에 제품 리뷰를 했었어요. 뷰티 블로거라고 말하긴 미숙하지만 뷰티 제품에 익숙해져 있었죠. 뷰티 유튜버 영상을 보는 것도 좋아했고요. 밥도 안먹고 볼 만큼 좋아했거든요. 4학년 마지막 학기에 영상 편집 수업을 들었는데 툴을 다룰 수 있게 되니 제가 직접 해보고 싶더라고요. 취업할 때도 도움 될 것 같았고요. 그런데 하루 대다수를 영상 편집에 쏟다보니 보상심리가 생겼어요. 점점 많은 영상을 발행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구독자수가 늘었고요. 레페리와 계약도 하고 채널이 커지면서 전업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지금은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채소는 뷰티, 패션, 라이프, IT 제품 등을 리뷰하고 있지만 그의 영상 중 가장 인기 있는 카테고리는 '립 리뷰'다. 채소는 구독자들 사이에서 '립 장인'으로 불릴 만큼 군더더기 없는 영상과 정확한 정보와 느낀 바를 깐깐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가 립 제품을 워낙 좋아해요. 코덕(코스메틱 덕후)에 입문하게 된 것도 립 제품 때문이었어요. 립 제품만 100개가 채워질 정도로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립을 잘 바를 수 있는 스킬이 생긴 것 같아요."


채소는 립 제품을 찍을 때 하루에 다 찍는 경우도 있지만 착색이 심한 제품은 이틀 정도 걸려 촬영을 진행한다.


"입술이 아픈 것도 모르고 재미있어서 촬영을 하루 만에 했었어요. 그런데 여러 색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파운데이션으로 입술 색 죽이는 걸로는 발색의 한계가 있더라고요. 립 제품은 실제 발색과 최대한 가까워야 하거든요. 립 제품을 보여드릴 땐 그 부분을 제일 중점으로 고려하고 있어요."


채소의 정확한 발음과 안정적인 목소리도 장점이다. 여기에 소비를 권장하기 보다는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하는 멘트도 신뢰감을 준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말을 사람들이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도록 발음에 신경을 썼다는 채소. 구독자가 채소의 지인에게 "실제 생활에서도 저렇게 말하냐"고 물어왔다는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저는 누구나 불편함 없이 제 영상을 봤으면 좋겠어요. 소비를 권장하거나 작위적인걸 좋아하지 않아요. 또 표현이 잘못됐다고 의심이 든다면 바로 편집해요. 대본도 좋아하지 않아요. 비즈니스로 진행하는 리뷰 제품만 필요한 정보를 적어놓습니다.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찍어요. 대본이나 스크립트가 생기면 제 말투나 표정이 바로 어색해지더라고요."


ⓒ레페리

채소가 모두가 불편함 없이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가 있다. 10대 소녀들에게 자신의 영상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피부로 실감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중학생 친구가 인스타그램 DM으로 '언니 영상보고 틴트 샀어요'라면서 글과 사진을 보내준 적이 있었어요. 사진 속에 틴트가 스무 개더라고요. 그 때 '이래도 되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나 볼 수 있는 콘텐츠라는걸 자각하며 영상을 발행해야겠다고 느꼈죠."


평소 립 제품에 관심이 많았던 채소는 자신의 이름을 건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코스메틱 브랜드 슈레피와 컬래버레이션 한 제품을 립커벨을 세상에 선보였다. 채소는 언젠간 자신의 취향을 담은 립 제품을 만들고 싶단 꿈을 가지고 있었고,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원하는 질감과 색감의 제품을 완성했다.


"제가 좋아하는 감성과 질감을 듬뿍 녹였는데 코로나19를 예측하지 못했어요. 마스크를 하고 다니니 립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확 낮아져서 속상했죠. 하지만 열심히 준비했고 써보신 분들은 만족해주셨어요. 제가 구매한 제품을 리뷰하는 것과 제가 기획에 참여한 제품이 출시되는 기분을 너무 다르더라고요. 제가 크리에이터가 된 후 갖게 된 강렬한 기억이자 터닝포인트 중 하나였어요."


최근 그는 인테리어를 시작으로 식기류 리뷰까지 준비하며 라이프 영역을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제가 인테리어에 원래 관심이 많았어요. 인테리어 노하우는 핀터레스트에서 본 감각적인 방들의 사진을 참고하는 것 같아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니 인테리어 영상은 상대적으로 조회수가 잘나오더라고요. 제가 식기류 사는 것도 좋아했는데 노출 할 기회가 없었어요. 이번 기회에 요리나 리빙 아이템도 보여드리려고요."


채소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은 하울 영상이다. 채소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모아놓고 소개하는 것이라 찍는 것과 편집하는 일이 모두 신난다"고 전했다. 하울 역시 구독자들의 구매로 이어질 수 있어 제품을 신중하게 고른다.


"아이템 구매할 때 '저거 예쁘네? 사야겠다'가 아니라 비슷한 제품을 10개를 찾아 하나를 픽해요. 충동구매를 하지 않으려고 쇼핑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요. 고가의 제품이 등장할 때도 있는데 그런건 제가 브이로그, 추천, 리뷰 영상에서 꾸준히 정보를 업데이트 해요. 좋고 나쁜 건 써봐야 알잖아요. 그리고 아쉬웠던 건 솔직하게 말해서 구독자들이 실패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죠."


채소가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 만의 차별화는 다양한 볼거리다. 보통 영상 하나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으면 3일, 공을 들이면 일주일이다. 편집하다가도 아쉬우면 추가 촬영을 하는 경우는 일상다반사다. 그는 영상 길이에 상관없이 색감이나 구도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유튜브에 이미 뷰티나 패션을 같이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더 영역을 넓힌거고요. 그리고 뻔하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해요. 영상에 저만의 정체성을 담으려고 하고요. 영상미가 빼어난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구독자들도 보는 눈이 높아졌어요. 컷 수가 많아져도, 여러 각도로 찍어야하는 수고가 있더라도 그 점을 항상 유의하려고 합니다."


채소는 지난해 번아웃이 와 한 달 동안 영상을 업로드 하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지 못했다. 쉬는 시간에 다른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 조급함이 느껴졌다. 죄책감 느끼면서 휴식을 취하다보니 마음이 힘들었다.


"항상 압박이 있었어요. 휴식인데 죄책감이 들었죠. 그냥 시간을 낭비한 것 같았거든요. 프리랜서란 직업의 고충인 것 같아요. 차라리 힘들게 일하는 게 마음이 편했어요. 친구들이 자기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가져놓고도 일만 한다고 걱정하기도 했어요. 작년에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저만의 해소 방법을 하나, 둘 씩 찾았어요. 그러니 곧 나아지더라고요. 이 감정은 극복하기 보다 크리에이터를 한다면 계속 가져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후에 마음도 편해졌고요."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간 자신을 브랜딩한 사업체를 꾸리고 싶다는 채소다. 아직까지는 크리에이터로서 목이 마르다.


"뻔한 이야기 일 수 있는데 믿고 보는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작위적으로 어색한 그런 느낌은 주고 싶지 않아요. '아 역시 채소'란 말을 듣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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