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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엄의 i-노트] 가상화폐 거래소, 이제는 불량 코인 버려야


입력 2021.05.26 07:00 수정 2021.05.26 05:41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제도적 기준 전무한 상황서 ‘주먹구구식’ 검증체계

장기적 관점서 결단 내려야…책임 통감하고 가치 제공

24일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가상화폐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며 하루에도 수많은 신규 코인이 시장에 물밀 듯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증되지 않은 코인에 투자해 피해를 봤다는 사례 역시 속출하고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상장 여부를 판단하는 거래소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거래소들의 자질이 비트코인이 각광받았던 2010년대 중반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회의적인 평가가 나오는 실정이다.


오히려 자신들의 고객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수수료는 높게 책정하는 이중적인 모습에 비판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거래금액의 0.04∼0.25%를 수수료로 받는다.


거래소들의 ‘불량코인’ 검증은 사실상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름대로 검증을 거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도적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수많은 코인들의 상장러시를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가상화폐가 주식처럼 자체적으로 가치를 갖고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서류만으로 이를 평가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실제 가상자산 평가 플랫폼 ‘쟁글’의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업비트와 빗썸에 상장된 코인 중 상당수가 기준에 못 미쳐 상장폐지 위기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쟁글은 6가지 자체 기준을 바탕으로 가장 높은 AAA부터 가장 낮은 D까지 10개 등급을 매기고 있다. B등급부터는 투자 비권고 대상에 해당된다. 앞서 빗썸은 쟁글에서 C등급을 평가받은 피즈토큰(FZZ)과 BHP등의 상장을 폐지한 바 있다.


거래소들이 이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대다수가 문을 닫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실제 업계에서도 많은 거래소들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령이라는 파고를 넘지 못한 채 문을 닫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기존 암호화폐거래소는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계속 영업할 수 있다. 이 때 거래소는 이용자에게 실명계좌를 발급해줄 은행을 구해 와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 사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내면서 은행들은 암호화폐 투자용 실명계좌 협상에 미온적이라 거래소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소들이 신뢰를 되찾고 제도권에 안착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불량코인으로 의심되는 가상화폐를 버리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단기적 이익에 매몰돼 지금과 같이 불량코인을 안고 가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와 국회가 빠르게 나서 기준을 마련하고 체계적인 검증이 이뤄지면 더욱 좋겠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가상화폐가 점차 제도권으로 올라오고 있는 만큼 거래소 역시 책임을 통감하고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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