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정비지수제 6년 만에 전격 폐지
전문가, 규제 완화 긍정적 평가…재개발 활성화
“기대감에 비아파트 가격 상승, 투기 수요 우려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른바 ‘박원순표 빗장’으로 불리며 재개발 신규구역 지정을 막아온 주거정비지수제를 6년 만에 전격 폐지했다. 이를 포함한 재개발 활성화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서울시가 내놓으면서 시장에서는 일단 기대감을 나타냈다.
26일 오 시장이 발표한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 방안’에 따르면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공공기획 전면 도입을 통한 구역지정 기간 단축 및 지원(5년→2년) ▲주민동의율 민주적 절차 강화 및 확인단계 간소화 ▲재개발 해제구역 중 노후지역 신규지정 ▲‘2종 7층 일반주거지역’ 규제 완화 통한 사업성 개선 ▲매년 재개발구역 공모 추진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규제 완화를 통해 2025년까지 총 13만가구의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에 정비사업을 통해 매년 4만8000가구씩 공급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오 시장의 이 같은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오 시장의 발표 내용 중 주거정비지수제 폐지나 2종 주거지역의 7층 규제지역 폐지 등이 재개발 사업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상대적으로 집값 자극이 덜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 재개발 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책을 선 가동해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라며 “현실화가 가능하다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서울시 주택 준공물량은 연평균 7만6279가구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물량이 추가 공급되는 것”이라고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멸실 주택 수를 제외하고 실제로 증가하는 주택 물량을 보더라도 현재로서는 재건축보다 재개발이 유리하다”며 “서울의 정비사업에 적용되던 가장 큰 난관이었던 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됐다는 것은 매우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주거정비지수제와 함께 2종 주거지역의 7층 규제지역 폐지 역시 재개발의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2종 주거지역은 원래 25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으나, 서울시는 인근에 1종 주거지역이 있는 경우 도시 미관을 위해 7층까지 제한해왔다.
직방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의 2종 일반주거지역은 전체 주거지역(325㎢)의 약 43%(140㎢)이며 그중 2종 7층 지역은 약 61%(85㎢)에 달해 전체 주거지역에서 상당한 비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사업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노후 단독·다가구 또는 다세대·빌라의 매매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함 랩장은 “노후주거지의 정비사업 진입문턱이 낮아져 재개발 시동을 거는 지역이 증가한다면 사업기대감이 나타날 것”이라며 “비아파트 주거지 밀집지의 매매가 상승이 현실화되고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 형태의 거래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아파트에 비해 덜 올랐던 비아파트 주거상품의 가격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서울 중저가 주거지의 가격상승으로 서민 주택시장의 가격 불안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어 개발과 투기수요 억제를 동시에 담보해야하는 어려운 숙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재개발 규제완화 조치와 함께 분양권 취득을 위한 다세대 지분쪼개기 등 투기적 가수요 차단을 위한 규제 역시 조속히 시행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이외에도 상시적 현장 계도와 매매가, 거래량 모니터링 외에도 투기적 불법행위 단속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